어렸을 때 경북 의성읍내에 살던 집 연대에 누워 은하수를 바라보며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재작년까지 은하수를 보면서 친한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별로 없었습니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바쁘게 만들었는지…
의성에 살 때부터 2~3년이라는 좀 조용한 시골마을 아파트에서 지낸 적이 있는데, 남은 수십 년은 평생 대부분 대도시에서 보내고, 또 보통 밤에는 컴퓨터나 TV를 보느라 바쁘게 지낸 생활 태도로 은하수나 별을 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지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미세먼지 등으로 인해 흐린 하늘을 항상 보던 도시나 대도시의 밝은 조명으로 인해 자주 집에서는 별을 보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맑은 가을이나 겨울철 저녁부터 밤에는 몇 개의 밝은 별이 선명하게 보여 다시 어린 시절의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가격 대비 카메라 성능이 과거에 비해 훨씬 좋아져 지금은 망원렌즈나 장노출을 통해 하늘의 별과 위성사진을 촬영해보면 가능할 것 같아 2017년 7월 이후 욕심이 났습니다.
DSRL 카메라와 저렴한 직경 10cm, 20cm의 반사 망원경도 구입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별이나 별자리의 이름과 위치 등을 아는 데 가장 도움이 된 것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이나 PC에서 내려받아 바로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무료이거나 저렴한 가격의 앱이나 프로그램입니다. 그중 저에게 Stellarium(Mobile)과 Star Tracker라는 프로그램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현상-인화를 하지 않아도 바로 볼 수 있는 디지털 DSRL 카메라 덕분에 시간과 경비를 대폭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가 찍은 몇몇 행성들의 사진을 올리려고 합니다. 집 베란다에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먼저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집이 대구 수성구 사월동에 있어서 집을 사월천문대라고 불러볼게요.
2017년 7월에는 저녁부터 토성이 남쪽 하늘 높지 않은 각도에 위치했다가 점차 서쪽으로 기울어졌습니다. 목성은 이미 서쪽으로 너무 많이 가서 집 베란다에서는 금방 사라지는 각도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토성을 먼저 관찰하기로 결정했고, 토성의 고리를 보면 일단 성공하기 때문이라고 기대하면서 우선 쉽게 줌이 가능한 카메라를 들고 토성의 고리가 작아 보이는 것을 눈으로는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사진에서는 너무 희미한 모습이었습니다. 2018년 여름에는 주로 토성을 중심으로 망원경으로 또 카메라로 어떻게 배율을 높여 사진에 고리가 비교적(?) 잘 나오게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지구의 자전효과를 고려하는 새로운 장비를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또 반사망원경으로 보면서 찍을 수 있는 방법도 고민했지만 CCD가 아니라 카메라로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 이듬해 봄까지 많은 방법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보다 안정적인 삼각대도 추가하는 등 점차 사진을 상당히 얻는 단계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태킹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사용했습니다.
2018년 1월 11일 오전 6시 52분 해가 뜨기 전에 지구, 달, 목성(보이지 않는 위성과) 화성, 수성, 토성 등 6개의 태양의 행성이 한눈에 보이고 지구의 위성인 달도 한 장의 사진 컷으로 보이는 현상을 관측하였습니다.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달, 목성과 위성, 화성, 그리고 왼쪽 건물 근처에 수성, 그 아래에 토성이 보인다. (2018년 1월 11일 오전 6시 52분)
스테라리움(Stellarium)에서 확인한 행성의 위치.가운데 밝은 별은 안타레스.스테라리움은 프로그램에서 확인하면 위 그림과 같습니다. 잘 일치하며 가운데 별은 안타레스(Antares)로 여름 내내 토성과 함께 보았던 별입니다.
토성, 목성, 화성 및 몇몇 성운, 은하, 성단이라고 불리는 천체의 영상은 웹상에서 검색하면 최첨단 망원경과 우주의 허블 망원경으로 최근 촬영한 매우 놀랍고 아름다운 영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촬영한 아래 영상은 아무것도 새로운 것이 없고 재미없지만 지극히 초보자인 아마추어가 직접 빛공해가 심한 대도시 대구에서 시도한 것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토성의 모습은 고리(띠)로 대표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성은 토성의 크기에 비해 멀리 있는 것도 사진에서 볼 수 있는데, 이른바 두 고리가 구분되어 있는 카시니의 고리를 어떻게 잘 관측할 수 있을지가 저의 도전이었습니다. 1675년에 이미 조반니 도메니크 카시니가 이미 여러 개의 고리와 그 사이의 갭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른바 카시니 간극이라는 가장 큰 갭인 고리 A와 B 사이의 갭은 4800km나 된다고 합니다. 고리는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을까요? 궁금한 점이 점점 늘어나는데 조금씩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18년 6월 27일 수요일 오후 11:46 촬영 토성
2018년 7월 24일 화요일 오전 12:00 토성, 사진에서는 틈새는 보이지 않지만 띠 구분은 되어 있다.
목성은 태양계 행성 중 가장 큰 것으로 밤하늘에서 평균적으로 달과 금성 다음, 즉 세 번째로 가장 밝은 천체입니다. 또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1610년 처음 관측한 천체행성으로 그때 본 4개의 위성을 갈릴레이 위성이라고 합니다. 이오, 유레카, 가니메데, 칼리스토라고 하는데 쌍안경으로도 관측이 가능하고 망원렌즈 사진으로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목성은 적어도 70개의 위성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목성은 약 10시간 이내에 일전하여 자전하며 위도에 따라 여러 띠가 눈에 띄게 구분됩니다. 대부분 수소 분자와 헬륨으로 묻혀 있는 대기의 난류나 폭풍에 의한 것이라고 합니다. 거대한 폭풍인 붉은 반점인 대적점(Great Red Spot)은 적도 아래 남위 약 22도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6일 주기로 돌고 있습니다.
2018년 6월 21일 목요일 오후 8:20 목성, 대적점 뚜렷이 보이는
2018년 6월 22일 금요일 오전 5:06 목성
2018년 3월 25일 오전 6시 2분 목성과 갈릴레이 위성
2018년 5월 24일 오후 9시 14분 목성과 갈릴레이 위성, 즉 2018년 7월 31일에는 약 15-17년마다 일어날 수 있는 지구 화성 대접근이 있었습니다. 이 거리가 5800만 km인데, 이 접근은 2003년 8월 27일 이후 15년 만에 찾아온 것입니다. 태양과 지구, 화성은 약 2년 2개월마다 일직선상에 놓여진다고 합니다. 이때를 ‘충’이라고 하며 화성이 충에 있으면 지구와 화성의 거리가 평소보다 가까워지고, 이 중에서도 두 천체 사이가 매우 가까워지는 ‘화성대접근’이 15~17년마다 일어납니다. 이때 지구는 태양에서 가장 먼 곳에 있습니다. 7월 31일 화성대접근은 2003년 8월 27일 이후 15년 만에 다시 찾은 것입니다. 7월 들어 여러 번 화성을 찍었는데 그중 15일과 23일에 가장 만족스러운 사진을 얻었습니다. 2017년과 작년 초까지만 해도 화성 사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화성도 작아 보일 뿐만 아니라 빨간색으로 보이는 표면의 밝기도 낮아 매우 안정된 상을 얻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화성의 접근으로 거의 화성이 두 배 정도 커지고 밝기도 상당히 안정적이어서 슬프게도 촬영이 가능했습니다. 극지방의 색깔 구분이 되어 희미하게나마 구조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2018년 7월 15일 일요일, 오후 11:15 화성
2018년 7월 23일 월요일, 오후 11:33, 화성
집에서 은하수를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어요. 장소가 어딘지 알지만 장시간 노출되어도 눈에 띄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빛공해가 없어지면 보이지만 단시간에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쨌든 빛공해가 되는 인공적인 빛의 배경이 되는 스펙트럼을 많이 차단하면서 빨간색 부분을 강화하는 필터로 보강한 뒤 약간 나아졌지만 여전히 은하수는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대신 특정 빛과 형태를 내는 은하와 성운의 관측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육안과 상안경 또는 저배율 망원경에서도 볼 수 있는 오리온자리에 있는 오리온 대성운(Orion Nebula, M42)에 도전했습니다. 2018년 12월 13일부터 2019년 1월 18일까지 각각 20초 정도의 노출 컷을 배후 공정과 스태킹을 통해 총 3300초(55분)의 빛을 모은 영상 사진을 얻었습니다. 이 영상들을 처리하는 프로그램에 걸리는 시간도 제가 가지고 있는 컴퓨터에서도 거의 3일이 걸렸습니다. 오리온 대성운은 보기에 따라 다르지만 저에게는 새 모양으로 보입니다.
오리온 대성운은 사실 여러 성운이 모여 있는데 지구에서 1,600광년 떨어져 있고 지름은 33광년에 달합니다. 광년이란 빛이 1년간 이동한 거리이고 광속은 초속 약 30만km이기 때문에 1광년은 약 9.46조km입니다. 여기 보이는 성운의 크기가 약 320조 km거든요. 엄청난 크기입니다. 우주에 있는 천체의 규모로는 그다지 큰 크지도 않습니다. 은하수가 있는 은하의 크기도 약 10만 광년입니다. 우주에는 은하의 수가 약 2조 개에 가깝다는 연구 보고도 있습니다. 참고로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약 930억 광년이라고 합니다.
오리온자리에 있는 오리온 대성운(Orion Nebula, M42), 2018년 12월 13일부터 2019년 1월 18일까지 8840초의 빛을 모아 후처리하여 얻은 영상. 오리온 대성운은 쌍안경으로도 볼 수 있는 성운.오리온 대성운 바로 위에 보이는 별 부분을 다시 스펙트럼을 조정해 보니 런닝맨이라는 성운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치 달려가는 사람의 모습인데 어떻게 보면 도망자라는 별명을 줘도 될 것 같아요.
오리온 대성운 위(남쪽 하늘에 있을 때 천장 쪽) 방향으로 보이는 오리온자리에 있는 런닝맨(runningman) 성운, 신분류목록 NGC 1977이라고 한다. 오른쪽 이미지는 확대된 사진 오리온자리의 큰 적성인 베텔게우스(Betelgeuse)와 시리우스(Sirius), 프로키온(Procyon)의 세 별이 이루는 겨울 대삼각형(Winter Triangle)은 쉽게 겨울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삼각형에서 베텔게우스, 프로키온을 연결하는 변의 베텔게우스 쪽에 약 1/3 지점의 바로 아래 하늘을 자세히 보면 약간 붉은색을 띤 영역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아주 맑은 날의 경우입니다. 이 지역이 장미 성운(Rosette Nebula)의 장소입니다. 이 지역을 장시간 노출로 다시 찍었더니 장미꽃 모양이 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빛공해가 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빨간색 스펙트럼을 강조하자 장미꽃처럼 활짝 핀 성운 영상을 얻었습니다. 앤족의 NGC 2244라는 성단의 모양은 선명하지만… 하지만 어디까지가 빛공해인지 명확하지 않고 다른 전문가와 최첨단 망원경 사진을 참조했더니 나름대로 찍힌 것 같습니다. 다만 아래쪽이 아직 공해가 심한 것 같습니다.
장미 성운(Rosetta Nebula), NGC 2237, NGC 2238, NGC 2239, NGC 2244, NGC 2246 클러스터로 구성된 성운. 매우 매혹적인 이름의 성운이지만 남쪽에 있을 때 오리온자리 붉은별 베텔게우스 동쪽 방향에서 붉은색 성운으로 보이기도 한다.
장미 성운을 더욱 확대하고 붉은색이 강하게 나타나도록 처리해 얻은 영상.
스테라리움 소프트웨어에서 본 겨울 대삼각형 다음에는 유명한 말머리 성운(Horeshead Nebula)을 시험해 보았습니다. 역시 오리온자리에서 벨트 벨트에 해당하는 세 개의 별(삼태성) 중 가장 왼쪽(동쪽)에 있는 오리온자리 제타아르니탁(Alnitak)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사진에서는 오른쪽(사진이 회전하고 있다)이지만 암흑 성운이라고도 합니다. 수소나 가스 등에 의해 빛이 흡수되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사진에 밝은 별인 아르니탁 바로 아래에는 불꽃 성운(Flame Nebula)이 잘 보입니다.
가장 밝게 빛나는 아르니탁 별의 오른쪽에는 마두성운, 아래쪽에는 염성운이 보이는 이런 성운 사진이 가능할 줄은 몰랐는데 이를 직접 얻을 수 있다니 믿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가능한 것을 확인하고 그 이후로 계속 시도하고 있지만 다른 계절에는 날씨나 미세먼지 등으로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2018년 중반 이후에는 쉬고 있는데 다시 한번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집에서 천체 사진 촬영에 몰두하지 않는 데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천체사진에는 반드시 집에서 찍을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데…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 계속 말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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