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그린 우주 지도

암흑물질에 대해 아시나요?암흑 물질은 현대 천문학계의 가장 뜨거운 화제입니다. 암흑물질은 질량은 있지만 빛에 반사되지 않아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없는 물질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질량이 현재 우주에너지의 27% 정도(물질의 85%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빛을 내지 않고 보여 정체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물질입니다. 우리가 현재 머릿속에 떠오르는 광활한 우주는 실제 모습의 4%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27%는 암흑물질, 69%는 암흑에너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입자물리학계의 표준우주모형에 의한 설명입니다.

암흑물질이 천문학계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은하와 은하를 연결하는 그물망(cosmic web)이 암흑물질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암흑물질 분포를 알면 우주에 존재하는 무수한 은하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은하는 최소 1,000억 개이며 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도 이 중 하나입니다.

상상하기 어려운 우주 현재까지 학자들이 관측한 우주는 거리로 약 470억 광년까지입니다. 이들이 본 우주 내부 구조는 다양하게 나뉘며 은하군, 은하단, 초은하단 등의 순으로 크기가 커집니다. 은하군은 작은 은하 무리로 수백만 광년 내 범위에 50개 미만의 은하가 존재합니다. 은하단은 서로 중력에 의해 속박된 수백~수천 개의 은하가 뭉쳐 만들어집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은하단은 가장 큰 우주 내 구조로 알려졌지만 이후 더 큰 ‘초은하단’이 새로 발견돼 자리를 내줬습니다. 우리은하는 ‘라니아케어’ 초은하단에 포함된 소규모 은하군의 일원으로 지구가 속한 태양계가 우리은하의 일부임을 감안하면 우주가 얼마나 넓은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은하에는 태양과 같은 별(항성)이 1000억 개 정도 존재합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6월 발사한 발사체(로켓) ‘블랙브런트 9호’에 탑재된 우주배경복사 관측용 카메라.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은하는 같은 크기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팽창합니다. 빅뱅 이론과 함께 우주 관련 정설로 자리매김한 ‘우주 배경 복사’ 이론은 빅뱅 이후 엄청나게 뜨거웠던 우주가 팽창하고 식는 과정에서 전파를 사방으로 균질하게 내뿜는다는 내용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1989년 11월 발사한 탐사선 코비가 우주온도를 2.73K(절대온도)로 측정해 실제로 입증됐습니다. 암흑 물질과 마찬가지로 우주 배경 방사 연구도 국내외에서 활발합니다. 천문연구원은 NASA가 지난 6월 발사한 발사체(로켓) ‘블랙브런트 9호’에 탑재된 우주배경 방사관측용 카메라를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등과 함께 개발했습니다.

AI가 보여주는 우주와 AI가 만났습니다. 홍성욱 천문연 선임연구원과 황호성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김주한 고등과학원 교수와 정동희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 연구팀은 우리 은하 주변의 은하 정보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해 기존 연구에 비해 3배 이상 정밀한 암흑물질 분포 지도를 그려봤습니다. 딥러닝을 활용해 은하에서 1억 광년 거리 내에 펼쳐져 있는 암흑물질 밀도 분포 예측을 시도한 것입니다.

연구팀은 1900여 개의 외부 은하 공간 분포와 각각 운동(팽창) 속도 정보를 입력값으로 하고 암흑물질 밀도 분포를 출력값으로 하는 CNN(합성적 신경망) 딥러닝 알고리즘을 도입했습니다. 그 결과 암흑물질의 밀도 분포가 300만 광년 거리까지 선명하게 나타나고 은하와 은하 사이에 퍼져 있는 암흑물질의 미세한 실근 구조가 AI의 힘으로 재현됐습니다. 우리은하가 포함된 라니아케어 초은하단 내 국부은하단과 기존에 알려진 처녀자리 은하단 등 사이의 실사슬 구조도 밝혀졌습니다.

연구를 이끈 홍 선임은 “딥러닝을 통해 더 확장된 우주에 대한 지도를 얻을 수 있다면 현대 천문학의 난제인 암흑물질의 정체를 밝힐 결정적인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천문학자와 AI가 만나 더 넓고 자세한 우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간이 해결하지 못한 미지의 천문학을 AI가 파헤쳐줄지 기대가 됩니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