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는 계수나무가 있다. 그 밑에서 토끼들이 무작정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악독한 항아라는 여신이 자신을 위한 묘약을 만들라고 채찍질하는 거야. 어 토끼들은 노동법이 없어? 불쌍한 토끼들, 차라리 플레이보이 토끼들이 나을까? 무슨 소리야 성상품화와 과도한 다이어트로 그쪽 토끼들도 힘들다고. 어렸을 때 순순히 보던 달을 20대 때는 소주 한 잔을 마시고 친구들과 썰렁하게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지금은 얌전히 달을 보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또 소원을 빌곤 한다. 어린애처럼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젊음의 묘약이 절실한 건 아닌데.
다행히 달에는 토끼도 항공모함도 없다. 앞뒤를 샅샅이 열심히 미국 아저씨들이 가서 알아봤지만 역시 그곳은 단지 큰 분화구가 있을 뿐이다. 화성에 있다는 얼음도 물도 뭔가 특별한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다양한 천연자원으로 달에서 채취한 골탕 등으로 휴대전화를 만드는 것도 그렇다면 내 휴대전화 재료 원산지는 달나라가 되는 것일까.
심재경 작가는 목성의 위성인 타이탄을 연구하다가 우연히 달을 관측하게 됐다. 달 표면의 땅에 대해 북쪽과 남쪽은 태양에너지로, 서쪽과 동쪽은 자기장의 영향으로 노화 등이 다르다는 내용으로 논문을 써 한국을 대표하는 달 전문 과학자로 네이처지에 소개됐다.
아이의 친구 중 한 명이 천문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래서 선생님한테 천문 관련 학과 간다고 하니까 처음 듣는 말이.
‘왜? 성적 아깝게’
이게 아마 현실일 거야. 돈도 명예도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선생님의 현실적인 조언은 나름 모범생인 그 아이에게 진심 어린 애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걔는 결국 본인이 원하는 과로를 한 거야. 누가 말했지? 나이가 들수록 돈이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고.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또한 진실이다. 돈보다 명예보다 세속적인 것보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고를 용기도, 현실에 맞게 고를 용기도 모두 응원하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좌절하지 말고 굳이 큰 상이나 명예가 아니더라도 묵묵히 성실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 그게 그냥 인생이 아닐까. 이 책이 바로 그렇게 웅장한 의미도 목적도 아닌 주어진 길을 성실히 걷고 있는 과학자의 이야기다. 어찌된 영문인지 천문학자, 그것도 행성을 연구하게 되고, 그 안에서 달을 연구하면서 매번 계약기간이 갱신되기를 바라는 임시직 과학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작가는 별을 이야기하며 인생도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과학자로서의 모습, 엄마로서의 모습, 임시직으로서의 모습, 그리고 함께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것과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것에 대해, 그리고 어렵지 않게 천문학에 대해 조용히 설명해준다.
특히 제자들의 메일에 정성껏 답장을 쓰고 천문학이기 때문에 우주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기를 바라며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은 배울 점이다.
뭘 바라는 것도 거창한 준비나 목적도 아니고 어떻게든 이 골목에 서게 돼서 내 역할이 이 길을 걷는다면 어차피 걸을 길을 성실히 정리하면서 그리고 주위를 사랑하고 아껴가고 또 다른 길을 걷게 되더라도 지금 이 길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냥 성실하고 성실하게 가는 길.
작가가 보여주는 삶의 자세는 내가 가는 길에 대해 과장되게 설명하려 하거나 무언가 불만을 표시하는 내 모습이 그저 변명이었음을 허영이었음을 잠시 깨닫게 한다. 이제 곧 전의 자신으로 돌아가지만…짧은 각성은 슬픈 일이다. 작심삼일처럼.
작가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지구라는 최고로 멋진 우주선을 탄 여행자들이다. 찬란하고 아름다운 지구에서 비록 아무것도 없어도 무료로 주어진 이 여행을 즐기자.
2024년 미국의 달 탐사선은 달에 여행을 갈 때 BTS의 노래를 들으며 간다고 한다.선곡된 노래 중에 BTS가 있대. 내가 달에 가게 된다면 어떤 음악을 넣고 가게 될지 괜히 혼자 설레면서 곡을 선별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유니버스와 코스모스와 공간의 차이나~ 유니버스는 우주 그 자체, 코스모스는 질서와 조화 측면에서의 우주, 공간은 공간으로서의 우주~작은 곰자리 별에 한라와 백두라는 이름이 붙은 것 등 재미있는 지식도 소개하고 있다.
#천문학자는별을안본다 #심채경 #2024달탐사에는BTS노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