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게도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래서 역사학자들은 역사를 공부하라고 권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이런 조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실제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난 지 30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원전이 활발하게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사고로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지만 한국은 정확한 피해 측정조차 못하고 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도 당시 소련 아래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뭔가가 밝혀진 것은 없다. 원래 정보 공개가 불투명한 사회에서 무슨 큰 일이 생기면 다 이런 식으로 처리되는 것 같다.올 여름 일어난 중국의 홍수도 지하터널에서 수천 명이 매몰돼 목숨을 잃었지만 중국 정부는 제대로 된 사망자나 피해 관련 통계도 발표하지 않은 채 언론을 탄압하고 통제하며 숨기기에 급급하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본인들의 치부를 감추는 이유는 이로 인해 공산당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당시 체르노빌 원전 사고 역시 소련 핵심부에서는 무마하려 한 정황이 있어 이 드라마 체르노빌에 너무 자사에 나와 있다. 이들 역시 지금의 중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사성 위에 쌓은 체제가 무너질까 봐 이 사건에 대해 무마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 보면 소련과 중국은 확실히 다르지만 신기할 정도로 데칼코마니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얼마 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에비치의 ‘체르노빌의 목소리’라는 책을 우연히 읽은 적이 있다. 이 작가는 체르노빌 인근에 살고 있는 생존자와 희생자들을 직접 찾아가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당시 정보공개가 투명하지 않아 고향을 떠나지 못한 분들도 있었고, 가족을 온갖 질병으로 다 잃고 비참하게 살고 있는 노부인들도 있었다.
정보 공개가 불투명하다 보니 사람들은 정부 발표만 믿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방사능에 오염된 물을 그대로 마시고 이미 오염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한 토양에서 농사를 지으며 그곳에서 자란 과일과 채소를 먹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다.
사실 지금까지도 체르노빌 관광 상품이 있을 정도로 우리는 그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나온 hbo 걸작 드라마 ‘체르노빌’은 25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진실에 가장 근접한 드라마로 볼 수 있다.
물론 드라마 하나가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일어난 복잡한 배경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핵심에 육박했던 드라마가 과거에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드라마는 잘 만들어진 걸작 드라마를 떠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제대로 이해하는 정확한 열쇠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자료가 아닐 수 없다.
나 역시 hbo 미드[체르노빌]를 시청하면서 작가나 감독이나 제작진이 자료 조사를 정말 광범위하고 자세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 조사를 해야 이만큼 대단한 드라마가 나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된 것. hbo가 원래 걸작 드라마를 많이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드라마 ‘체르노빌’은 수준이 다른 드라마로 지금 웨이브로 전체 회 시청 및 관람 가능하다.
핵심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왜 일어난 것일까. 단순히 관리자의 허술한 대응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원래 언젠가는 일어날 사건이었나. 결론적으로 명쾌하게 무언가를 이 드라마는 제시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한 소련 체제의 문제를 담고 있었다.
뭔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사태 수습에 급급했던 당시의 소련 상황과 그 치하에서 자신의 안위만 걱정하는 부역자들이 만든 대참사이긴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수는 없다. 그중에서 확실히 진실을 알리고 어떻게든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해결하려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일어난 가장 큰 문제는 소련이라는 체제 자체가 이미 부패할 정도로 부패했고 더 이상 자정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생각하며 역사가들이 소련의 붕괴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하는 부분에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슬프게도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언젠가는 일어날 사고였다.
하긴 원자력 관련 전문가들은 체르노빌 원전시설에 심각한 안전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기 싫은 사회에서는 이런 문제가 제대로 부각될 리 없고, 부상해도 좀 더 상관에게 묵살되기 마련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진다는 속담은 그래서 더 불쌍하게 느껴진다.
더 안타까운 것은 비싼 분들이 싼 똥을 처리하느라 힘없고 권력도 없고 돈도 없고 빽한 서민들이 많이 희생됐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희생 덕분에 이렇게라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처리가 체르노빌보다 미흡했다는 현실이다.
일본은 아예 손을 놓고 있기 때문에 아마 앞으로 더 큰 문제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특히 이 드라마 ‘체르노빌’은 인류를 위해,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진 작은 사람들에 대해 다룬다. 이들은 영웅이었지만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예수처럼 순교했지만 아무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 분들을 이렇게라도 떠올리게 한 것은 이 드라마 체르노빌의 힘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사실 hbo 드라마 첼노블리는 보면서 질리는 드라마다.
모든 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 우리 생활에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뒤에도 인류는 아직 제정신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역사를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는 역사학자의 말을 새삼 일깨운다.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 그리고 철저한 고증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드라마 체르노빌을 보면서 정말 전율을 일으킬 정도로 터무니없이 잘 만들어진 드라마다. 역사적 사실을 아는 기쁨과 상관없이 너무 잘 만든 웰메이드인데다 심지어 재미있는 일까지 한다. 이게 사실이 아니었다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이게 다 사실이라는 게 조금 아쉽긴 하다.
최근에 본 가장 걸작 드라마 체르노빌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본원고는 wavve 리뷰단 활동의 일환으로서, 「wavve」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