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에 미치는 영향 올림픽이 영화

우여곡절 끝에 제32회 올림픽이 도쿄에서 7월 23일부터 8월 8일까지 개최됩니다. 이번 올림픽은 작년에 열렸어야 했는데, 코로나 19라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올해로 연기되었습니다. 아마 이런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었더라면 이 사태로 인해 흥행적으로는 희비가 많이 엇갈렸을 것입니다. 올림픽을 미리 피해 일부러 영화 제작을 연기한 제작사라면 분명 큰일도 나고.

과연 올림픽이 영화 흥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까.바로 눈앞에 있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를 볼까요? 올림픽은 8월 5일부터 8월 21일까지 열렸습니다. 당시 국내 하루 관객 수를 보면 아래 차트에서 보듯이 올림픽 개최와 함께 관객이 하락(빨간색 부분)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어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도 볼게요. 올림픽은 7월 27일부터 8월 12일까지 열렸습니다. 당시 하루 관객 수를 살펴보면 다음 차트 같아요.

차트에 빨간 부분이 개최된 날인데 이상해 안 떨어진 거 아니야? 당시 올림픽이 시작됐을 때는 1년 중 관중이 가장 많다는 30주차였습니다. 게다가 1000만 영화의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이 개봉했습니다. 당연히 가장 높아야 할 산봉우리였죠.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도둑들’의 하루 관객 수(1일차~13일차)를 살펴봅시다.

개봉은 7월 25일 즉 올림픽이 시작되는 시점이었어요 첫째주 주말이 둘째주 주말과 거의 비슷해요. 여름 대작의 일반적인 차트 형태는 첫 주말(첫 봉우리)이 가장 높고 이후 점차 줄어드는 모습입니다. 당연히 가장 높아야 할 봉우리가 올림픽의 영향으로 그렇지 않았던 것이죠.

영화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올림픽뿐만이 아닙니다. 하지만 올림픽이 그 중 가장 치명적인 이유는 흥행 시즌 최고의 여름 시즌에 개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올림픽 개최국이 한국과 시간대가 비슷한 나라(중국 일본 등)일 때는 빅게임(금메달 결정전)이 한국과 같은 저녁 시간대에, 심지어 주말에 집중될 때는 바로 흥행에 타격을 줍니다. 배급사(제작사) 입장에서는 잘 지은 한 해 농사가 순식간에 엉망이 되기도 합니다. 4년마다 열리는 건데 너무 심한 소리 하는 거 아냐.’ 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 중간에 월드컵이 또 있습니다. 다행히 월드컵은 6월이라 충격이 덜하겠지만 역대 최대의 악몽(?)은 2002년 월드컵 때였습니다.

누가 예측이라도 했을까. 대한민국이 16강, 거기서 다시 8강, 4강까지 올라갈 것인가. 초반에는 주지도 입지도 않은 붉은 악마가 돈을 주고 사지도 못하는 상황에 이르러 대한민국 짝짝짝이 국민 응원가가 되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시민들에 의해 거리 응원이 순식간에 정착되고, 더불어 치맥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그렇게 우리의 승리 소식이 이어지고, 극장에 파리를 날리는 날이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하필이면 월드컵은 올림픽보다 긴 한 달 동안 치러지기 때문에 극장은 불안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 극장은 궁여지책으로 영화가 아니라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기로 해요. 시원한극장에서연인과함께팝콘도먹으며즐겁게외치면서월드컵응원까지할수있다!과거에쇼도보고영화도보고.까지는아니지만대부분그런분위기로극장영업을해야하는상황입니다. 영화관은 그렇다 하더라도 영화를 배급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죽을 것 같았어요. 개점휴업 상태랑 똑같아서요. A라인 배급 해적 디스코 왕 되다, 시네마서비스 배급 레지던트이블, CJ 배급 예스터데이 등이 당시 무자비하게 흥행에 참패하고 맙니다.

영화가 이런 이벤트와 경쟁관계에 있다고 해서 한편으로는 영화관람 행위 자체를 엔터테인먼트라고도 해요 “3,4월이 비수기가 된 것도 꽃놀이 이벤트 때문이고, 10,11월 역시 단풍놀이가 시작되어 올림픽이나 월드컵은 영화흥행에 막대한 방해자요, 심지어 동네에서 축제라도 열리면 그날 그 마을의 흥행은 물거품이 됩니다.” 경쟁 영화뿐만 아니라 이런 엔터테인먼트와도 경쟁해야 하는 게 흥행판이죠. 경쟁 없이 영화가 가진 잠재관객을 모두 확보했으면 하는 바람은 배급사와 제작사의 바람이지만 흥행전에서 경쟁은 불가피할 겁니다. 올해도 올림픽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놓고 개봉하는 영화가 있어요. <모가디쉬>와 <방법:재차>가 그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번 경쟁은 그 목적이 좀 남다릅니다. 그들에게는 막중한 임무가 부여되었습니다. 지금이 극장을 살리는 마지막 기회이자 마지노선이라고 판단한 라이언 일병 구출이 아니라 극장 찾기에 투입된 용사들입니다. 부디 올림픽이라는 전쟁터에서 무사히 임무를 수행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올림픽은 4년 후에 다시 열리지만 극장은 여기서 구해야 영원히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저 | 이하영 하필름즈 대표, 영화 배급과 흥행 저자

붉게 물든 장막 자취도 없이 파릇파릇한 성장서사로 시청자들을 꽉 잡은 드라마 라켓 bl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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