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4.9148/100″ 네~ 김정안입니다.안녕하세요. 건강보험관리공단입니다. 김정안 씨 본인 맞죠?네, 그렇습니다.지난 건강검진 때 대사증후군 의심으로 재검사 대상인데 혹시 검진을 받았는지 확인차 연락드렸습니다. 아, 네…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그럼 가까운 병원에 가서 고혈압 당뇨병을 꼭 확진검사를 받으세요.”
따스한 겨울 햇살이 마당을 지나 방으로 들어왔다.강물에 반짝이는 햇살이 눈부신 오전이었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돕기 위해 내려온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아침을 먹고 잠이 들 무렵 전화벨이 울렸다. 화면에 건강보험관리공단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강의 의뢰?” 설레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때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설렘이 절망과 걱정으로 바뀌는 시간은 3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 전화 한 통에 나는 정상인에서 고혈압과 당뇨병 의심환자로 바뀌었다. 건강보험공단의 추적관리를 받는 대상자가 됐다.검진은 2020년 1월 31일에 받았다. 그리고 결과는 일주일 뒤인 2월 6일에 도착했다. 메일로 왔다. 요즘 세상은 참 편하다. 검진 결과를 메일로 받을 수 있다니. 무심코 메일을 열었다. 병원에서 보내준 메일을 열고 주민번호를 입력했다. 검진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잘못했나?내 검진 결과 아니야?뭐야 고혈압에 당뇨라니…
어머니도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약을 먹고 있다. 40대 초반부터 드셨으니 20년이 넘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완치되지 않는다는 것이 고혈압과 당뇨병이다. 어딘가가 찢어지거나 뼈가 부러지면 매우 고통스럽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아물고 뼈는 달라붙는다. 그런데 고혈압과 당뇨병은 사정이 다르다. 완전히 낫는다고 할 수 없다. 가끔 고혈압과 당뇨병에서 벗어나고 완치됐다는 사람도 흔하다. 유튜브와 블로그 등 개인 채널, SNS에서 흔히 보게 된다. 우선 큰 박수를 보낸다. 상당한 의지와 노력이 완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유병률, 즉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초기에 진단된 사람들이다. 다시 말하면 고혈압과 당뇨병 진단 확정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완쾌할 가능성이 높다. 2017년 대한 당뇨병 학회 정기 학회지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를 100으로 한 경우 70명의 환자는 전혀 관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약 30명 정도만 관리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실제로 혈당 관리에 충분한 정도의 관리를 하는 사람은 이 가운데 5명 정도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즉, 5명만이 당뇨병을 관리하기 위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당뇨병은 약만 먹어도 낫질 병은 아니다. 운동만 한다고 해서 완치되는 병이 없다. 식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마시는 것을 조절하거나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운동을 많이 하고 약을 마시려 해도 호전되지 않는. 당뇨병은 완치보다는 꾸준히 관리하는 질병이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바로 악화될 수 있는 질병이다.
2020년 1월 31일 첫 건강검진 때 공복혈당이 254.9였다. 혈압은 최고 148, 최저 100이 나왔다. 혈당은 이미 당뇨병 진단을 받고도 남는 결과였다. 혈압도 고혈압의 1단계 수준이었다. 내가 눈으로 확인했지만 믿고 싶지 않았다.
이건 내 검사 결과가 아니라고 본다.남들과 달라진 것 같다.
온갖 상상을 다한다. 우리가 심리적으로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는 부정이다. 현재 나타난 결과가 내 생각과 차이가 클 때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메일 주소를 다시 확인해 보았다. 검사 결과를 찬찬히 살펴봤다. 내 것이 아닌 증거를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누가 봐도 정확한 내 결과였다. 내가 당뇨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혈압이 높은 것은 옛날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최고 혈압은 120130구간에 있었다. 최소 8090 사이에 있었다. 그런데 이번 검진 결과는 전혀 달랐다. 높았어 2019년에 했을 때도 130 초반이었던 것 같아 그런데 불과 1년 사이에 건강이 나빠진 것이다. 일단 숨기기로 했다. 아내에게 말하지 않았다.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 스스로 관리하면 좋아질 것이다. 조금만 더 조심하면 정상으로 돌아갈거야. 그때까지 말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당뇨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다. 배고픔에 254.9라는 수치가 얼마나 높고 위험한 수치인지 알 수 없었다. 무지했어. 관심이 전혀 없었어. 다만 며칠 굶어 먹는 것을 줄이면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착각했다.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당뇨병 진단 기준에 대해 살펴보면(편의상 단위 삭제) 정상인의 경우 공복(8시간 이상 음식섭취 금지) 100 미만 식후(2시간 경과) 140 미만 당화혈색소: 5.5 미만이어야 한다.
당뇨병 의심(당뇨병 전 단계): 공복혈당장애 공복(8시간 이상 음식 안 함): 100~125사이단화혈색소: 5.6~6.4 당뇨병 공복혈당 126이상 식후혈당(2시간 이후) 140이상 당화혈색소: 6.5이상
이 기준에 비춰볼 때 공복혈당이 254.9라는 것은 엄청난 수치다. 일반적으로 혈당이 200 이상을 넘으면 혈액 내 혈당이 혈관을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 몰랐어. 무지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당뇨병에 대해 무지하면 서서히 죽게 된다.
칠일 천하
김옥균 중심의 개화파가 일으킨 갑신정변이 3일 천하에 막을 내렸다. 나는 이보다 길게 나아갔다. 7일. 정확히 7일간 아내와 가족들에게 비밀로 했다. 그런데 그날 아침에 멋지게 걸린 것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스피커폰으로 받은 것이다. 강의 의뢰를 받을 때 메모를 해야 하니 스피커폰으로 받은 것이다. 이날 아침 김칫국 한 잔을 홀짝 마신 꼴이었다.
10명 중 6명, 4명 중 1명 그대로 1명, 나
우리나라 당뇨병 인구 10명 중 6명은 자신이 당뇨병에 걸린 줄 모르고 산다. 심각한 일이다. 내가 그랬다. 여섯 명 안에 속해 있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숨긴 일이다. 검진 결과가 당뇨병이라고 나왔는데 이를 숨겼다. 그랬다면 관리라도 해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 안이하게 생각한 것이다. 너무 쉽게 생각했다. 그러다 결국 걸렸다. 이때를 생각하면 실소한다. 숨길 거 숨겨야 돼우리나라 당뇨병 환자 중 치료를 받는 사람이 절반을 조금 넘는다. 그리고 그 절반 중 당화혈색소가 7.0 미만으로 조절되는 사람은 절반 정도다. 그리고 당뇨병인 혈당관리 목표 수치인 6.5 미만으로 관리되는 사람은 1명밖에 없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약물치료를 병행한 사람의 수치다.
공복 134, 당화혈색소 6.10kg 감량, 당뇨병 약을 먹지 않는다.
지난 2월 22일 당뇨병 정밀검사를 한 결과 당화혈색소가 6.1이 나왔다. 당뇨병약은 먹지 않았다. 철저한 식사 관리와 약간의 운동으로 만들어낸 결과였다. 앞으로 제가 어떻게 약을 먹지 않고 혈당과 체중을 관리했는지, 그리고 지금도 계속 진행형으로 지속되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려고 한다.당뇨병은 절대 혼자서는 극복할 수 없다. 완치라는 개념은 버리고 평생 관리하겠다는 생각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선 내 배우자에게 알려야 한다. 그런 다음 우리 가족에게 알려야 한다. 그래서 온 가족이 돕는 협력 체계가 구축됐을 때 비로소 혈당 조절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절대 숨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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