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크리에이터] #243 디자인하우스 수영혜 vol.4 “디자이너도 히트하는 가수일수록 알아야지!”

‘오! 크리에이터’는 네이버 디자인이 동시대 주목할 만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디자인하우스 이영혜의 네 번째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디자인 저작권.

Ⓒ Ⓒ designpress

이영혜 27세에 기자로 일하던 잡지를 인수해 올해 100여명의 직원과 함께 45주년을 맞은 잡지왕. 홍익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1976년 월간 <디자인> 창간 소식을 접하고 2호부터 기자로 합류했다. 이후 잡지를 인수해 쌓은 디자인하우스는 현재 <행복가득한 집>, <럭셔리>, <스타일H>(매거진),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서울디자인페어(전시), 네이버디자인판(디지털), 1050여종의 양서를 낸 콘텐츠 그룹으로 성장했다. 2013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백남준 문화재단이사장 등을 지내며 외연을 넓혔고 지난해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이너 명예의 전당’ 제7대 헌금자로 선정됐다. 그가 호기심 가득한 기자, 행간을 읽는 기획자, 강인한 경영인으로 쉴 틈 없이 억울해하는 이유는 ‘사람을 잘 시키기 위해서’. 그래서 한국 디자이너를, 사회를,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을 잘하게 하기 위해서다.

  • 올해가 디자인하우스 45주년입니다. 잘한 일, 아쉬운 일이 뭐예요?
  • 잘한 것은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존재한다는 것. 아쉬운 건 존재감의 크기. 45년이나 지났는데 아직 이것밖에 안 됐나!

-45년 넘게 같은 회사에 출근 중이네요. 하루를 보내는 루틴은 어떻게 되나요?

맞아요, 이 단어는 저를 만듭니다. 루틴! 세계 14좌를 7개월에 달한 네팔 산악인이 오랫동안 매일 직접 훈련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은 왜곡을 넘어 자신을 한 단계 높이는 루틴을 만든 것입니다. 습관 하나를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워요? 그래서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에 제가 만든 기도를 합니다.(웃음) 어떤 종교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저와 저희 회사를 위해 만든 글을 한번 마음속으로 읽는 것입니다.

이영혜의 아침 기도

저는 종교가 없어서 시작이 이렇습니다.

이 우주의 영이여! 이 땅에 영의 존재를 아는 스승들이여.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알고도 행하고 모르고 저지른 모든 잘못을 용서하십시오.사람을 성공시키는 생각과 행동으로 돌려줍니다.그러기 위해 마음과 육체의 어둠과 아픔을 모두 떨쳐버리고 밝은 마음과 건강한 몸으로 지혜도 스스럼없이 받을 용기를 갖게 하십시오.저희 디자인하우스의 모든 가족에게도 똑같이 드려 우리가 남들이 좋아하는 회사가 되도록 해주세요.우리는 지금 매우 중요한 도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성공시켜주세요. 진심, 정도.

바른마음,바른길이라는한자를머리속에쓰면서이말을열번정도하고끝냅니다. 이 짧은 생각도 마음이 흐트러지면 자꾸 어떤 부분에서 되감거나 잃어버리는 거야.

일어나서 거의 매일 30여분을 러닝머신으로 걷습니다. 그리고 연필과 메모지를 씁니다. 발을 사용하면 머리가 정돈됩니다. 이 경험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신문은 두 개를 읽습니다. 주말판은 3개. 제목을 보면서 눈길을 끄는 것은 집에서 몇 장 찢고 출근합니다. 회사에서 커피를 마시며 찢어온 신문을 다 읽고 메일을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업무하고 있으니까 알아서 찍어, OK?” Ⓒ designpress

이런 루틴이 굳어서 결혼을 더 안했을 수도 있어요. 그만큼 단단한 생활 패턴인데 한 가지 변수가 있었어요. 바로 선물받은 고양이! 처음 한달정도는 속상했어요. 내가 얼마나 바쁜지 당신들 오줌을 치워줘야 하는지 자. 라는 마음으로 가득했습니다. 이제 4년 차인데 동물한테는 몇 가지 원초적 본능이 있잖아요. 그것이 친화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많은 배움을 줍니다. 아이들 때문에 제 루틴이 흔들리고 다시 정착하는데 싫기도 하고 잊기도 했어요. 지금은 물통, 사료, 간식 등의 시간은 물론 일요일에 양치질, 한 달에 한 번 손톱깎이 등의 루틴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조금씩 안아주고 눈 마주치고… 예쁜 애들이라니.”

Ⓒ Ⓒ designpress

소진할 때는 없나요?

아직 그게 없어요. 피곤하긴 한데. 그건 일을 많이 한 날도 아니에요. 의사소통이 잘 안 될 때야. 번아웃이라고 해야 되나? 아직 저는 그것은 오지 않았습니다. 할 일이 너무 많아!”

‘오늘 아쉽게도 스타틀러가 없네요’ Ⓒ Mijin Yoo

-오랫동안 손에서 놓지 않는 물건이라면.

4B 연필을 너무 많이 써요. 일본의 잠자리표도 사용했는데, 가장 좋아하는 것은 독일의 스타틀러 STAEDTLER. 독일 여행 중에 이 브랜드의 현지에 들렀습니다. 여기 살던 남작 이름이래, 내 영지에 세들어 있던 귀족들과는 달리 연필 공장을 만들었대. 가는 것부터 굵은 것, 부드러운 것부터 강한 것, 화장품 연필까지 생산합니다. 볼펜도 가끔 제 손을 따라갈 수 없지만 연필은 잘 따라옵니다. 그래서 딱딱한 심은 못 써. 글씨도 악필이기 때문에 제가 쓴 것을 다시 보면서 지우고 재정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연필이 더 있어야 합니다.

행복이 가득한 집에 실린 발행인의 글을 모아 2012년 출간한 책. 표지의 주인공은 그가 늘 패용하는 연필 목걸이다. 문화기획자 강준혁 선생님은 우연히 만든 것을 이용혜 대표가 너무 마음에 들자 흔쾌히 건넸다. 자료제공 | 디자인하우스

한편, 볼펜의 역사도 모두 나에게 있습니다. (웃음) 지금부터 40여년전 사진에서도 목에 건 볼펜이 보여. 은으로 된 것, 유명 브랜드, 아주 고급스러운 것, 제 책 표지로 쓰여진 강 선생님의 연필까지 사용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지금은 목걸이에 걸 수 있는 클립만 있으면 가벼운 게 제일 좋아요. 아침에 이거 안 하고 나온 날은 집에 가서 나올 정도예요. 패션의 완성이랄까. 연필이 있는데 목걸이 볼펜을 사용하는 것은 어딘가에 외출했을 때 곳곳에 선생님이 있고 취재 소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바깥 날씨에 따라 상당히 그럴듯한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제 애장품이 됐네요.”

곳곳에 선생님이 있고 취재 소스가 있기 때문에 목걸이 볼펜을 착용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 그 펜 끝에 디자인하우스의 2021년 그리고 미래를 쓰고 계십니다.
  • 디자인하우스의 미래인가. 우리가 시대적으로 받는 질문이기도 하겠죠. 이런 시기에 최고경영자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시대가 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이라는 화제로 45년째를 맞이했습니다. 디자인부터 다시 시작해야겠죠. 작년에 시작한 디자인 투자 프로그램 디자인 네이션과 함께 내년에는 하나 더 시작하려고 합니다.

Ⓒ Ⓒ designpress

디자이너에게 자신의 역할이 주어지도록 디자인 저작권 플랫폼 ‘디자인쿱’

돌아가신 건축가 김수근 선생님이 신문에 한탄하는 인터뷰를 한 것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몇 년 동안 고민한 건물을 오픈하는 날 테이프 커트를 하는데 건축가를 불러본 적이 없는 이 나라의 허술한 대우에 대해 울분을 토로하셨네요. 지금도 신문에 누가 디자인했는지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디자이너가 유명해져야 해요. 디자이너들이 잘 살아야 해요.

지금도 신문에 누가 디자인했는지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고심하고 있는 게 디자인 저작권 플랫폼이에요. 누가 디자인했는지 정리해서 알려주는 것. 이거 자체에 의미가 있어요. 일단 디자이너마다 그 특성을 알 수 있고 어떤 디자인 제품이 있는지 볼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 어떤 브랜드가 일러스트를 구입해서 제품 패턴으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기대하고 싶은 것은 기업이 디자이너를 접촉시키는 것입니다. 디자이너 주소를 알려준다고 할까요? 거래를 정확하게 해주는 기반인 거죠. 다시 말해 디자이너 실명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음악의 저작권은 새로 만든 음악의 전체 멜로디에서 유사 부분이 25%를 넘으면 카피라고 합니다. 디자인은 훨씬 복잡합니다. 색상, 모양, 컨셉… 그러기 위해서 저작권을 가지고 오랫동안 경험하고 <디자인>에도 기고해 온 변리사님이 역할을 해 주실 겁니다. 이런 의제를 제시해야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 높이고 어떤 포맷을 만들 수 있을까요? 최근에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라는 단어도 만들어졌잖아요. 히트하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만큼이나 디자이너도 알아야 합니다.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경험도 해봐야 하고요.

청담동 아파트보다 안전하고 오래가는 디자인 로열티

그러기 위해서는 로열티, 특허가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됐는데 처음부터 헌법으로 특허법을 제정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주 작은 개선을 만든 아이디어도 법으로 보호받고 기회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몇 년 전에 우리나라에 온 가구회사 사람들도 이야기를 해요. 아르네 야콥슨의 손자가 지금까지 가장 많은 로열티를 받고 있어서 부러워 죽겠어요. (웃음) 롱테일 마켓이죠. 이런 제품이 몇 개 있어도 월급처럼 안정적인 기반이 됩니다. 보통의 유산보다 낫다고 합니다. 김은 변리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청담동 아파트를 남겨주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고 오래 갈 수 있다”고.

집 이야기를 했으니까 그걸 예로 들어볼게요. 건축주와 건축가가 있습니다. 건축가가 집을 멋지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럴 때 건축설계안을 디자인 쿠프에 내놓는 거예요. 건축주에게만 설계비를 받는 것을 조금 적게 받고 디자인안을 내고 그것을 판매하는 것입니다. 같은 집이 생기는 게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원안의 건축가나 건축주만 괜찮다면 좋은 주택 디자인을 더 많은 곳에 적용할 수 있을 겁니다. 건축의 경우 토지와 환경에 따라 뿌리터치도 필요하기 때문에 건축가는 매번 추가 수익을 낼 것입니다.

어쨌든 디자이너들에게 조금이나마 이런 거래의 기쁨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약간의 소개비를 받을 것입니다.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 같은 모든 기술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어떻게 빨리 인정받을 수 있도록 컨셉을 정할 것인지 고민됩니다. 내년에는 이것이 당사의 가장 큰 화제가 될 것 같습니다. 디자인이라는 게 함정이었는데 그 과정이 의미로 다가와서 이제는 의무로 생각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거 해내야 할 의무로 꼭 할게요. 우리나라 디자이너들과 우리 회사를 위해서도.

(5편으로 이어진다)

기획 | 디자인프레스 편집부 글 | 디자인프레스 유미진 기자([email protected]) 사진 | 임상현(아트 스튜디오), 어시스턴트 김수민 자료제공 | 디자인하우스

디자인프레스는 매주 1명의 크리에이터를 선정하여 ‘네이버 디자인-Oh! ‘크리에이터’를 연재합니다.동시대의 주목할 만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에게 듣는 다양한 디자인 스토리! 네이버 디자인판에서 매일 만나보세요 😀

Oh! 크리에이터 – 디자인하우스 이영혜

01. 27세의 기자, 발행인이 되었습니다.02. “사람이 잘 되도록 하자”는 회사 03. 당신이 잊고 있던 영웅 004.” 디자이너도 히트하는 가수일수록 알아야 한다!” 05. 기자, 기획자, 경영인

(계속)

디자인 버전은 사라지지만 네이버와 크리에이터를 발굴해 알리는 디자인 프레스 활동은 계속됩니다. 향후 콘텐츠는 디자인프레스 네이버 채널(블로그 포스트 네이버 TV – 이전 콘텐츠 검색도 가능)과 새로운 플랫폼 헤이팝 www.heypop.kr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디자인 프레스는 창작과 기획 분야에 있는 사람들을 더 잘 소개하기 위해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 하이퍼옵을 출시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신 특집코너 오크리에이터와 잇프로젝트는 2개월간 새로운 기획으로 재정비한 후 HE-POP을 통해 인사드리겠습니다. 기존에 운영하던 솔트호 뉴스레터도 헤이팝레터에 통합됩니다. 2022년에도 디자인프레스는 디자이너, 공예가, 아티스트들의 새로운 이슈와 그들이 함께하는 브랜드의 여정을 열심히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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