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교통사고와 민형사상의 법적 책임

자율주행자동차에 의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그 법적 책임이 ‘자율주행자동차 운전자’에게 있다고 할 때,

바로 그 운전자가 누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 시스템 또는 인간이 아닌 사물(차량)이 어떤 방법으로 법적 책임을 질까요?아니면 운전석에 앉아 있었는데 운전에 대한 과실이 없는 사람이 과실 책임을 지게 될까요?

교통사고와 관련한 민사책임은 전통적으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운행자 책임, 민법상 운전자의 불법행위 책임 등이 주로 논의돼 왔지만 새로운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발명된 것이 ‘자율주행자동차’입니다.자동차관리법 제2조 (정의) 1의 3.”자율주행자동차”란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말한다.

  • 민사적 책임 & 제조물 책임
  • 바로 이 자율주행차의 경우 주행의 주도권이 운전자라는 사람에게서 자동차라는 제조물로 넘어가면서 제조업자의 책임, 판매자의 하자담보 책임, 주행도로 관리 주체 및 시스템 해커의 책임 등 다양한 주체의 책임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 교통부 도로교통안전청(NHTSA)은 자율주행 기술 발전 단계를 5단계로 분류합니다.

0단계는 자율주행 기능이 없는 일반 자동차의 단계, 1단계는 자동 제동, 자동 속도 조절 등 운전 보조 기능이 작동하는 단계, 2단계는 운전자가 운전하는 상태에서 2개 이상의 자동화 기능이 동시에 작동하지만 운전자의 상시 감독이 필요한 단계, 3단계는 자동차 내 인공지능에 의한 제한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특정 상황에 따라 운전자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한 단계, 4단계는 시내 주행을 포함한 도로 환경에서 주행 시 운전자 개입이나 모니터링이 필요하지 않은 단계, 5단계는 모든 환경 하에서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은 단계입니다.

위와 같은 단계와 관련하여 각 단계마다 운전자, 운행자, 제조자, 판매자의 책임 배분을 별도로 구성하는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자율주행 단계가 높아질수록 운전자의 역할보다는 자동차의 역할이 커진다는 점에서 운전자의 과실이 개입될 여지가 거의 없는 자율주행차에 내재된 결함으로 인한 사고에 대해 제조물 책임을 인정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 결함은 결국 이러한 시스템상의 결함이 주로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행 제조물책임법은 제조물을 “제조되거나 가공된 동산(다른 산이나 부동산의 일부를 구성하는 경우를 포함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제조물책임법 제2조제1호).

또한 제조물책임법은 제조물의 결함을 제조상의 결함, 설계상의 결함, 표시상의 결함으로 구분하는데 자율주행차와 가장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결함 유형은 설계상의 결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설계결함은 제조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택했다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택하지 않아 제조물에 위험이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동법 제2조제2호 나목).그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설계상 하자가 인정되기 위하여 피해자는 합리적 대체설계 가능성을 제시하여야 하며 대법원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해석됩니다(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다22092 판결 등).

그러나 자율주행차는 각종 첨단 기술에 기반한 부품과 소프트웨어가 집약돼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제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일부 제기돼 왔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결함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증명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2018.4.10. 시행된 제조물책임법(2017.4.18. 법률 제14764호에서 개정된 것) 제3조의2 신설로 현실적으로 피해자 증명이 어려운 분야에서의 결함과 인과관계를 사실상 추정하는 대법원의 법리를 그대로 수용함으로써 위와 같은 우려는 일부 종결되었습니다.제3조의2(결함 등의 추정) 피해자가 다음 각 호의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는 제조물을 공급한 당시 해당 제조물에 하자가 있었고, 그 제조물의 하자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하자가 없이 다른 원인에 의하여 그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1. 해당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2. 제1호의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 지배영역에 속하는 원인에서 발생하였다는 사실3. 제1호의 손해가 당해 제조물의 하자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

  • 형사 책임
  •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사고의 형사책임 귀속에 대해 전통적 형법 이론의 수정 및 보완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그리고 그 첫 단계는 자율주행차 운전자가 누구인지 확정하는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당장 이번 사망사고에 대해 누구에게 형사책임을 물을지는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 시험운전의 주체인 우버, 실제 탑승했던 보조운전자인 우버 직원, 차량 제조사로 알려진 V사 등 누가 이번 사고의 형사 책임을 지느냐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 개인적으로는 자율주행자동차가 스스로 인간과 독립적으로 형사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활발하게 이루어질 정도로 자율주행자동차의 인공지능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하지만 미래 기술은 예측할 수 없는 속도와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는 인간의 제어에서 벗어난 자율주행 자동차 자체를 형사처벌할 필요성까지도 논의될까요?
  • 진정한 AI 인공지능은 일단 실수와 과실이 있으면 그에 따른 벌을 받아야 한다는 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현재까지 학계에서는 대략 3가지 정도의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 전통적인 방식처럼 인간으로 탑승한 운전자를 자율주행차 운전자로 보고 책임을 귀속시키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인간의 행위를 전제로 하는 형벌의 대원칙을 지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런 방법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율주행차 보급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입니다. 자율주행차에도 운전자로서의 인간이 존재해야 하고, 그 사람에게 사고의 형사 책임이 귀속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이러한 방법은 소비자의 구매 선택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며 자율주행차 상용화 및 대중화에 역행할 수 있습니다.

둘째, 제조업체를 운전자로 보고 형사 책임을 귀속시키는 방법입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자율주행차도 제조물책임법상 제조물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제조업자는 그에 따른 민사책임을 부담할 수 있지만, 제조물책임법은 제조업자의 항변과 면책을 다소 폭넓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자를 형사책임의 귀속주체로 명시함으로써 사고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견해가 이에 해당합니다. 다만 이러한 견해는 인간의 행위능력을 전제로 하는 형사책임의 대원칙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이는 결국 자율주행차 시장을 이끌어야 하는 제조사의 책임을 과중하게 설정하고 투자 유인을 감소시키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자칫 후발주자인 한국 업체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합니다.

셋째, 자율주행차만 규율하는 새로운 법률 제정을 통해 운전자를 확정하는 방법입니다. 자율주행 단계에 따른 운전자 확정 방법이 이에 해당합니다. 완전자율주행 단계인 Level5에서도 자동차에 탑승한 조작자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완전자율주행 전 단계인 Level3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차량 내 조작자에게 상시주행 감시의무는 면제하더라도 비상시 개입의무가 있으므로 형사책임을 귀속시키는 것입니다. Level4의 경우가 문제인데, Level4의 개념 정의상 ‘자율주행 모드 상태로서 Level4’와 ‘운전자주행 모드 상태로서의 Level4’를 나누어 전자는 Level5로, 후자는 Level3에 대응시키자는 시각이 유력합니다.

결국 위와 같은 논의는 소비자와 공급자, 즉 자율주행차를 구입하여 탑승하는 자와 자율주행차를 제조하는 자 사이의 책임 분배 문제이며 형법의 대원칙을 훼손하지 않고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은 사회적 효용을 창출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현행 교특사고처리특례법 제3조의 특례를 적용해 형사책임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입법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이 특정 수준을 넘는다는 것을 전제로 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 보험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따른 사고율 감소, 책임주체 변화로 당장 자동차보험제도의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은 자동차 보유자, 즉 자동차 소유자나 자동차를 사용할 권리가 있는 자로서 자신을 위해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를 책임보험 등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자동차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의 사망·부상, 재물의 멸실·훼손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보편적, 상용화되면 기존 자동차보험 체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 한편 국토교통부는 자율주행차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판단하기 위해 조사를 담당하기 위한 ‘자율주행차 사고조사위원회’를 10월께 발족시켰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논의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차에 관한 법제가 정비되고 있습니다. 역시 미국의 선례가 가장 참고가 될 것입니다. 어쨌든 앞으로의 추이가 주목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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