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갑상선암 발견부터 수술까지 리뷰 제1탄(인하대병원/증상검사 진단비용 등)

갑상선암 진단을 받거나 검사를 앞두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서 이 글을 씁니다.

우리 어머니는 꽤 오랫동안 당뇨병에 걸려 있었다. 그리고 7년 전쯤 갑상선항진증 진단을 받았고 결절이 몇 개 확인됐다고 한다. 그때 당뇨병과 갑상선을 같이 봐주신 인하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님께서 갑상선의 결절 하나가 너무 수상해서 추적검사를 하자고 하셨다.

엄마 말로는 세포 변형까지 왔다고 하는데 그때 교수님이 약을 먹으면서 지켜보자고 했고 엄마도 동의했다고 한다. 이후 갑상선은 1년에 한 번 정도 초음파를 봤으며 지난해 3월 초음파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검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6/3 목요일

올해 5월부터 어머니가 당뇨병 약을 바꿔 혈당 조절이 잘 안 됐다. 어머니는 이에 큰 스트레스를 받아 절식, 운동, 샐러드를 먹는 등 혈당과 체중 조절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약 한 달 만에 체중이 5kg 감소했다. 두 달에 한 번 주치의 선생님을 만나러 가던 어머니는 신나게 살이 빠졌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의사선생님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고 한다. 의사는 담당 환자가 급격히 체중이 감소하면 주치의로서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며 갑상선 조직검사를 즉각 받으라고 했다.

어머니는 의사의 반응에 상당히 당황했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검사를 받았다.

나중에 혹시 암 증상이 있었는지 물어봤는데 엄마가 느끼기에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 목에 눈에 띄게 큰 혹이 하나 보였는데 오히려 이것은 암이 아니라 그냥 결절이라고 했다. 진짜 암괴가 자라고 있던 부분은 겉으로는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길게 이야기하거나 노래를 부르면 목이 잘 마르고 기침이 조금 있었다고 한다. 또한 밥을 먹을 때 모래가 잘 들리는 편이었다는 것 정도뿐이었다고 한다.

6/8 화요일

갑상선 조직검사를 받으러 인하대병원 내분비내과를 방문했다. 검사를 갑자기 받는 바람에 대기시간이 너무 길었다. 나는 원래 일하는 날이었는데 엄마가 너무 조직검사를 무서워하셔서 일을 빼고 같이 갔다.원래 이날 혈액검사도 같이 하는데 피는 저번 방문 때 미리 빼고 갑상선 조직검사만 하고 집에 왔어. 결과는 6월 15일에 들으러 오라고 했어.

6/15

이날은 어머니의 58번째 생일이었다. 그래서 일이 끝나자마자 서울에서 인하대병원으로 달려갔다. 어머니는 접수를 하고 2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었다. 검사 결과가 잘 나오길 바라며 병원 끝나고 뭐 먹으러 갈지 뭐 하고 놀지 얘기했다. 그런데 결국 예정한 것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검사 결과는 감상선암 중에서도 유두암 판정을 받았다. 나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진료실 안쪽에서 간호사 선생님이 급히 달려와 협진이라고 써 있는 포스트잇을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고, 잠시 후 어머니가 부르르 떨며 나왔다. 결과는 교수가 처음부터 모양이 수상하다고 한 그 결절이 결국 암으로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내분비내과 간호사 선생님이 안내해주신 대로 1층으로 내려갔다. 무슨 수납을 먼저 하라고 했어.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중증환자 등록을 한 것 같다. 솔직히 이때부터는 너무 당황스럽고 무서워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울음). 하지만 더 무섭고 떨리는 엄마를 위해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엄마는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아무튼 이때 카드로 40얼마를 결제한 것 같아. 검사비용인지 진단비인지는 잘 모르겠어 ㅜ 그래도 중증환자 등록을 했기 때문에 이후 저금액은 환불처리를 해주고 5% 정도만 재결제를 했다. 한국의 의료보험에 정말 감사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비인후과로 옮겼다. 협진이라고 써있던 포스트잇은 아마 이비인후과와의 협진을 말한 것 같았다. 이비인후과 접수를 한 뒤 먼저 치료실이라고 써 있는 곳으로 들어가 전공의 선생님께서 대략적으로 유두암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나는 같이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다른 환자가 치료받는 공간이라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엄마 말로는 여기서는 초음파 사진 같은 걸 같이 보면서 기본적인 설명을 해줬다고 한다. 그리고 또 기다린다… 수술해주실 선생님을 기다리다가 잠깐 나와서 아빠한테 전화를 했다. 아빠한테 최대한 담담하게 말하려고 했는데 아빠 목소리 들으니까 눈물이 났어 ㅜ 엄마 앞에서는 괜찮아!!! 이렇게 해놓고 아빠한테 전화해서 펑펑 울었어. 아빠는 나를 진정시키면서 수술 날짜를 최대한 빨리 정해서 알려달라고 했고 엄마 마음을 달래줄 수 있도록 옆에서 잘 도와주고 오라고 했다. 그래서 아빠도 이날 회사를 조퇴하고 집에 왔다. 전화를 받은 뒤 일이 전혀 손에 잡히지 않아 조퇴했다고 한다.

잠시 후 수술해주시는 교수님과 만났다. 여기서 전 절제로 수술을 진행하고 목 절개를 할지 로봇 수술을 할지 결정하는데 로봇은 후유증이 조금 더 남는다고 해서 목 절개를 하기로 했다. 선생님이 엄마 목 주름에 최대한 맞춰드릴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엄마가 조금 웃었다. 다행이다.

그리고 어디선가 암 코디네이터라는 분이 우리를 찾아왔다.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는 어떻게 알고 올 수 있었어?! 아무튼 신기했어. 그분이 오셔서 대략 갑상선암의 수술 시간, 비용, 수술 방식 등을 다시 한번 쉽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바로 수술 날짜를 잡아주고 입원 스케줄까지 잡아줬다. 이후 해야 할 검사 순서, 수납 순서도 여러 번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또 궁금한 게 있으면 전화하라고 본인의 직통번호를 적어주었고, 다음 주 시티와 몇 가지 더 필요한 검사 일정도 잡아줬다.

이날 어머니는 피를 8개나 뽑았다. 너무 불쌍했어. 엄마가 어지러울까봐 걱정됐어. 채혈 후 심전도 검사와 소변 검사까지 해야 병원을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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