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수정 감독 홍상수 출연 이은주, 정보석, 문성근 개봉 2000.05.27.
<오! 수정> 예고편 : https://youtu.be/_r_aFnAN4mM
영화는 기억과 관련된 매체이다. 우리가 보통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영화 자체에 대해서보다는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그 영화 속 이미지와 사운드에 대해서 말이다. 만약 우리가 있는 영화의 기억이 없으면 그 영화는 우리한테 아무 의미도 주지는 않을 것이다. 홍·상수 감독의 3번째”오!”수정>(2000)은 국내 작품으로는 드물게 이런 기억의 문제에 임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에 대한 기존의 비평문은 기억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주로 나라티브과 관련성을 언급할 뿐 더 심층적으로 이 작품이 영화의 본질적 특징과 맺은 관계에 대해서까지는 다루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영화<오!수정>를 기억과 관련된 영화의 본질적인 측면과 관련시켜서 분석하려구.본격적으로 영화<오!수정>의 분석에 들어가기 전에 영화와 기억이 맺은 관계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기로 한다. 영화와 기억의 상관 관계는 이 영화와 결코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사실 이 영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분명히 감독의 의도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감독의 손을 떠난 영화는 각각의 관객에 다양한 해석을 요구하게 된다. 퍼거슨 감독이 원하는지 원치 않든 관계 없이 관객은 각자 나름대로의 관점을 가지고 영화를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관중이 각자의 방식으로 영화를 수용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기억이라는 문제가 맺게 된다.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영화를 이해하려면 우리는 반드시 영화의 이미지와 사운드를 기억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지와 사운드로 구성된 한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영화의 내용을 하나하나 파악할 수 있어 그럼으로써 영화 마지막에 가면 감성적으로나 이성적으로도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만약 우리가 시종 망각하는 존재라면 영화는 우리한테 아무 의미도 전달할 수 없는 것이다.근데 한편에서 흥미로운 것은 영화 속인 사건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는 그 사건에 대해서 기억하지만 결코 완벽하게는 기억 못하고 그런 기억의 불완전성은 각 개인의 차이를 만드는 데 있다는 점이다. 즉 망각에 의해서 생기는 틈새에 의해서 하나의 사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관객이 있는 영화를 보았다면 그들은 그 영화의 큰 줄거리를 동일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영화의 세부에 좀 더 접근하고 들어가면 세부를 이해하는 관객의 차이가 나타나게 된다. 영화에서 등장한 한 사건이 있다고 가정하면, 한 관객은 그 사건에 나온 대사를 처음부터 기억 못하거나 잘못 기억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또 다른 관객은 사건 자체를 기억 못하거나 사건의 내용을 따로 기억하거나 심지어 영화에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사건을 마치 본것처럼 기억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실은 어떤 관객도 영화 전체를 완벽하게 기억할 수 없다는 기억의 불완전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억의 불완전성의 이런 사소한 차이는 대수롭지 않겠지만 실제로는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할 원동력이다. 영화에 대한 평을 쓴 글을 읽어 보면 이런 일은 수없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오로지 기억의 불완전성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오해의 여지가 있다. 영화를 떠나고, 각각의 관객은 각각의 가치관을 갖고 독립한 개체이며 그런 가치관은 영화의 시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다른 이유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필자는 지금 기억의 불완전성만 영화의 해석의 다양성을 가져온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기억과 관련한 문제도 해석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중요한 이유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할 뿐이다. 위의 사실을 종합하면 어떤 의미에서 관객에 연속되는 필름으로 구성된 물리적 실체가 있는 영화란 존재하지 않고, 다만 관객의 머릿속에서 기억의 파편으로 재구성되고 완성한 다양한 영화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 관점에서 보면 영화를 완성하는 것은 감독이 아니라 관객 자신이다.
재훈은 영수에게 “점심 먹은 것도 기억 안 나요?”라고 묻는다.
영화”오!수정”은 이런 영화와 기억의 상관 관계를 놀랄 만큼 탁월하게 이용하는 작품이다. 홍·상수 감독이 이 작품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형식적 특징이 바로 이와 관련하고 있다. 영화<오!수정>은 영화를 본다는 행위 자체가 기억과 필연적으로 관련할 수밖에 없다는 영화의 본질적인 특징을 영화의 구조를 통해서 노골적으로 나타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영화 초반부터 “점심을 먹은 것도 기억 나지 않으세요?”와 아들 재훈(정·보소 아)이 영수(문·선군)으로 하는 말을 통해서 기억과 관련한 작품임을 몰래 알리면서 시작했고, 감독 스스로도 기억의 문제가 중요한 작품이라는 점을 시인했다. 그러나 한편 이러한 기억의 문제는 관객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영화를 감상하는 관객 스스로가 이 영화를 완전히 이해하려면 영화 보는 내내 기억의 문제와 부딪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의 내용을 더 기억할수록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더 쉽게 된다는 것이다.
<오! 수정>의 1부
<오! 수정>의 2부
<오! 수정>의 3부
<오! 수정>의 4부
<오! 수정>의 5부
이 영화의 구조를 간단히 살펴보면 이 영화는 전체가 5부로 구성되어 있지만 1부와 2부는 재훈의 시점에서 진행되면서 3부와 4부는 수정(이·은주)의 시점에서, 그리고 마지막 5부는 수정으로 아들 재훈의 공통된 시점에서 진행된다. 시간적 순서를 보면 5부를 제외한 모든 시제는 과거이다. 즉, 1부와 2부는 재훈의 기억이며 3부와 4부는 수정의 기억에 되는 것이다. 2부와 4부에서는 5부에서 재훈과 수정이 만나서 섹스를 하기 전에 그들이 과거에 공통적으로 체험한 사건이 나열되지만 같은 사건에 대해서 아들 재훈과 수정이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흥미롭게도 홍·상수 감독은 아들 재훈과 수정의 기억의 차이를 영화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를 효과적으로 쓰고 보인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극영화는 쇼트가 모인 씬, 다시 신이 모인 시퀀스가 여러개 모인 형태로 구성된다. 유성 영화의 경우 각각의 시퀀스를 충족시키는 것은 인물의 대사, 제스처, 행위이다. 홍·상수 감독은 이런 요소를 기억이라는 주제를 형상화하는 데 충분히 활용하는데 그 방식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같은 사건에 관해서 2부에서 나온 대사와 행동이 4부에서는 변하거나 전혀 나오지 않는다. 또 제2부에서 존재한 쇼트나 장면이 제4부에서는 쇼트의 크기가 바뀌거나 카메라의 방향이 바뀌거나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4부에는 나오지 않는 2부의 첫 샷.
4부에는 나오지 않는 2부의 두 번째 쇼트.
2부에서의 영수와 수정. 영수와 수정이 경복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4부 영수와 수정, 재훈. 2부와 같은 신임에도 불구하고 2부와 카메라의 위치가 바뀌고 있다. 그리고 2부와 달리 수정은 영수의 질문에 답한다.2부에서는 세 인물을 따라 카메라가 팬을 한다.이어 2부에서 경복궁 인서트 샷이 삽입된다. 4부에서는 이 쇼트가 등장하지 않는다.4부에서는 2부와 같은 신임에도 불구하고 김 기사가 등장한다.4부에서는 2부와 같은 신임에도 불구하고 카메라가 3명의 인물을 쫓지 않고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혼자 남아 있는 김 운전사만 보여준다.좀 더 구체적으로는 2부와 4부에서 각각 초반에 등장하는 수정으로 아들 재훈이 갤러리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을 보자. 우선 아들 재훈의 기억을 재구성한 2부에서는 영수와 수정이 갤러리에서 나오고 갤러리에 관한 소감을 말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연수가 경복궁을 보면서 수정에 궁이 작은 것 아니냐고 묻자 수정은 이에 대답하지 않다. 그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재훈이 갤러리에서 나오고 점심에 가자고 제의한다. 이때 재훈은 영수에 점심을 먹었느냐고 물어 영수는 잘 기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카메라의 움직임을 보면 점심을 먹기 때문에 걷고 있다 3명에 따라서 카메라가 가벼운 패닝을 한다. 그런데 수정의 기억을 재구성한 4부에서는 많은 것이 바뀐다. 같은 시간과 장소에도 불구하고이다. 가장 큰 차이는 김 기사의 등장이다. 제4부에서는 제2부에 없던 아들 재훈이 김 기사에 점심을 사서 먹으려고 돈을 내고 수정이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2부에서 수정으로 영수가 나눈 갤러리에 대한 대화가 나오지 않는다. 연수가 경복궁에 대해서 한 말에 대해서, 2부에서는 말하지 않은 수정이 이번에는 대답한다. 4부에서 재훈은 2부와 달리 연수에 점심을 먹었는지를 듣지 않고 바로 점심에 간다고 한다. 4부에서 카메라의 움직임을 보면 가벼운 패닝을 한 2부와는 달리 이번에는 카메라는 움직이지 않고 3명이 프레임 아웃을 한 뒤 김 기사가 돈을 넣는 장면을 보인다. 카메라의 위치도 2부보다 조금 더 접근하고 있다.관객의 입장에서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2부에서 본것을 거의 1시간 후에 4부에서 같은 상황이 다시 등장할 때까지 다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카메라 움직임과 위치까지 배울 필요는 없다. 그것들도 기억의 차이를 증명하기 위한 단서가 되지만. 그러나 금례을 든 장면만 봐도 적어도 2부에서 김·기사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어야 4부에서 같은 상황에서 김·기사가 등장했을 때에 처음 아들 재훈과 수정의 캐릭터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가능하게 된다. 김 기사라는 인물이 등장할지는 쉽게 기억하는 것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먼저 말했듯이 우리는 2부의 모든 것을 결코 기억할 수 없다. 그래서 4부를 시작할 때 우리가 2부 내용을 얼마나 많이 기억하고 있느냐로, 4부의 해석은 달라진다. 제4부의 해석이 달라진다는 것은 곧 영화 전체의 해석이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2부를 바탕으로 4부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우리는 재훈과 수정의 캐릭터를 제대로 파악 못하고, 결과적으로 아들 재훈과 수정의 관계를 잘못 이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김·기사의 등장 여부를 기억하고 있던 관객이라면 수정이 아들 재훈의 순진한 생각과 달리 사실은 아들 재훈의 재력에 눈독을 들이고 아들 재훈에 접근한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김 기사와 관련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 관객이 있으면 영화를 실제와 달리 자신이 기억한 것만 중심에 이해하고”파트너만 찾으면 만사 순조”이라는 5부의 제목을 그대로 믿고 영화가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며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런 사례에 비추어 보면 우리가 만약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리는 4부가 진행되는 동안 2부에서 본것을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상기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즉, 2부에서 어떤 대사와 행동이 있었는지, 혹은 어떤 장면이 있었는지 생각나지 않으면 안 된다.그런데 이런 상황에 직면한 관중의 모습은 드물게 영화 속의 아들 재훈과 수정이 처한 상황과도 거의 일치한다. 관객이 시종 기억력에 의존하고 이 영화를 각자의 눈으로 해석해야 하듯 재훈과 수정도 똑같이 체험한 사건을 동일하게 기억하지 않고 각자의 편의 대로 해석하고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형식적인 특징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는 이 영화가 관객이 이 영화를 이해하는 과정이 실제 관객이 이 영화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영화를 이해하는 과정과도 정확히 일치하도록 구성된 형식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놀라운 일이다. 전술한 것처럼 우리는 영화를 볼 때 결코 영화 전체를 기억 못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혹은 영화를 본 뒤에도 우리는 우리가 기억하는 것만 가지고 영화를 해석하게 된다. 어떤 말이나 행동이 있었는지, 혹은 어떤 장면이 있었는지 기억하고 있는지에 의해서 각자의 관객의 영화에 대한 해석은 변하게 된다. <오!수정>을 이해하는 과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또 김 기사와 관련된 장면을 떠올리자. 우리는 같은 사건에 대해서 감독이 실제로 의도한 김 기사가 나오는 장면과 김 기사가 나오지 않는 장면과의 차이를 구별하면서 이를 토대로 이 영화를 해석하게 된다. 관객이 이 영화에서 김 기사가 나왔는지 기억하고 있는지에 의해서 각자의 관객의 영화에 대한 해석은 변하게 된다. 다만 김 기사가 나오는 장면만 아니라 이 영화의 다른 장면 역시 얼마나 많이 기억하고 있느냐로 이 영화에 대한 관객의 해석은 다양하게 될 수 있다. 필자가 먼저 이 영화가 영화의 구조를 통해서 영화의 본질적인 측면을 노골적으로 나타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김수영〉의 안개는 윤기중(신성일)의 의식 세계를 따라가는 작품인데, 기준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면서 영화가 진행된다. (사진 출처 : YouTube)이만희의 귀로는 625전쟁 참전 때 다쳐 하체가 마비된 최동우(김진규)의 아내(문정숙)의 시각으로 진행된다. 최동우가 한국전에 대한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사진 출처 : YouTube)이장호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는 분단국가에서 상실을 겪는 한 남자의 여정을 통해 분단의 역사가 현재화되는 방식으로 서사가 진행된다. (사진 출처 : YouTube)<오! 수정>의 한 장면과거 한국 영화사에서 “기억”이라는 모던한 주제를 탐구한 작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수연”안개”(1967)이·맨 중의 “귀로”(1967)이·쟈은호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1988)등의 영화 감독 각자의 미학을 통해서”기억”과 관련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영화사에서 홍·상수의<오!수정>이전의 어떤 작품도 이 영화 만큼 영화의 형식을 “기억”과 긴밀히 연계한 구조화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오!수정>이 한국 영화사에 차지한 위치는 매우 각별하다. 홍·상수 감독의<오!『 수정 』은 다른 감독 작품처럼 일상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인물의 심리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무엇보다 기억의 문제를 통해서 단순하게 주제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구조 자체를 우리가 영화를 본다는 행위와 관련시켜서 구성함으로써 영화와 기억의 상관 관계, 즉 영화를 해석하는 과정이 기억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는 것을 깨우치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다.#추천 영화,#영화의 추천,#시리즈 온 영화,#시리즈 온 영화의 추천,#왓챠 추천 영화,#왓챠 영화의 추천,#홍·상수,#오·수정,#이…은주,#이·쟈은호,#이·맨!#김·수연,#전·보속,#문·선군,#안개,#귀로,#여행자는 길에서도 쉬지 않고#기억,#영화,#김·진규,#문·정숙이,#신·선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