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셉트카 역사 #12 도시형 모빌리티와 자율주행 시대 예고

컨셉트카는 미래에 등장할 자동차의 개념과 함께 브랜드 또는 제품의 디자인 방향을 소개하는 차다. 1938년 GM이 뷰익 브랜드로 Y잡을 선보인 이후 지금도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가 다양한 컨셉트카를 선보이고 있다. 80년 넘게 선보인 컨셉트카 중 후대 자동차 디자인에 선명한 영향을 미친 모델을 소개한다.

20세기 전반에 걸쳐 세계 각국에 다양한 형태의 메가시티(Megacity), 즉 인구 1,000만명 이상이 밀집하는 거대 도시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경제활동이 활발하고 각종 인프라가 갖춰진 대도시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현대에는 그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져 2009년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도시 인구가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을 넘었다고 한다. 아울러 경제 발전의 정도와 관계없이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는 서로 다른 모습의 메가시티가 형성되었다.

인구 집중은 다양한 부작용을 낳는데 그 중 하나는 교통 문제다. 메가시티 구성원의 생활패턴은 거의 비슷하다. 도심권은 부동산 가격이 높아 주로 경제 활동의 중심지 역할을 하며 주거 지역은 상대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낮은 부도심이나 외곽 지역에 형성된다. 그러나 거주지에 관계없이 인구 대부분의 생활은 도심권에서 이루어지므로 낮의 교통은 도심권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인도 하이데라바드 거리의 모습. 메가시티의 발달로 인한 교통문제는 자동차의 변화를 자극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출처: Shiva Reddyvia Pixabay) 때문에 자동차가 대중화된 나라에서는 메가시티의 발달과 함께 도로교통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 밀집으로 교통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높은 교통밀도는 대기오염, 교통사고, 주차난 등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많다.

때문에 그런 문제를 해결하거나 회피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며 자동차에 반영되고 있다. 동력계 전동화, 자동차 및 승차공유, 호출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며 자율주행 기술의 발달도 같은 맥락에서 도심 교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1세기 들어 활발하게 등장하기 시작한 도시형 모빌리티 개념의 컨셉트카에도 그런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도시형 모빌리티에 대한 제안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본격적인 전동화와 자율주행 등 IT 기술을 접목해 사용 편의성을 높인 개념을 담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도요타와 소니가 협력해 2001년 선보인 POD는 사람과 긴밀히 소통하는 ‘파트너’ 개념을 담고 있다(출처: Toyota) 도요타가 소니와 협력해 2001년 선보인 POD는 사람과 긴밀히 소통하는 일종의 ‘파트너’ 개념을 담고 있다. 차량에 설치된 좌석은 자유롭게 회전할 수 있고, 차에 탄 사람이 마주 앉아 이야기할 수 있어 편리하게 승하차할 수 있다. 운전은 일반적인 스티어링과 페달이 아닌 조이스틱으로 한다. 또 차량 외부에 설치된 조명으로 일종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근거리 통신을 통해 다른 차량과 교류하기도 한다. 자율주행 기술이 없을 뿐 자동차 업계에서 개발하고 있는 미래 모빌리티 개념은 대부분 포함된 셈이다.

2005년 출시된 닛산 피보 1. 중 탑승공간이 360도 회전해 후진할 필요가 없다(출처: Nissan)

피보시리즈 세 번째 컨셉트카인 피보3는 주차 편의성을 고려해 뒷바퀴 각도가 크게 부러지도록 설계했다(출처: Nissan) 닛산이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선보인 피보시리즈3 모델도 도심에서 사용하기 편리한 전기이동 수단을 염두에 뒀다. 세 모델 모두 배출가스를 내지 않는 전기차로 도심에서 자동차를 사용할 때 가장 불편한 점 중 하나인 주차를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담았다. 피보1과 피보2는 바퀴는 그대로 두고 360도 회전해 후진할 필요가 없는 탑승공간과 어라운드 뷰 모니터 시스템 등을 갖췄으며, 같은 개념을 보다 현실적으로 갖춘 피보3는 나중에 차축을 큰 각도로 돌릴 수 있는 기능으로 회전반경을 대폭 줄였다.

GM의 EN-V 컨셉트카는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한 2인승 도시형 모빌리티 개념을 담았다(출처: GM) GM은 2011년 2인승 컨셉트카인 EN-V를 만들었다. EN-V는 ‘네트워크화 전기차(Electric Networked-Vehicle)’의 머릿글자로 GPS 시스템과 차량 내 센서, 차대차 통신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개념을 담았다. 주행 관련 기술은 개인용 모빌리티 기업인 세그웨이와 협력해 개발해 차체 좌우에 있는 두 바퀴로 달리는 것이 특징이다. 캡슐형 차체는 탑승 공간 외에는 공간을 거의 차지하지 않아 도심 사용에 적합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미래차 전략인 CASE는 커넥티드 기술, 자율주행, 공유 및 서비스, 전동화라는 주제를 담은 표현이다.(출처: Mercedes-Benz) 2010년대 들어서는 커넥티드 기술, 자율주행, 공유 및 서비스, 전동화라는 주제가 미래차의 핵심 키워드가 되면서 컨셉트카의 데뷔 무대에도 변화가 생겼다. 전통적인 모터쇼 대신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같은 전자제품이나 IT 관련 행사에서 첫 선을 보이는 컨셉트카가 많아진 것이다. 이는 자동차 사용 환경의 변화와 소비자의 인식 전환에 맞춰 자동차 제조사가 소비자의 관심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전통적인 자동차가 아닌 IT 기기의 성격이 큰 미래 모빌리티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 F015 컨셉트카. 미래 세단의 개념을 담고 있지만 겉보기에는 단순하다(출처: Mercedes-Benz, 인생명언)

2018년 볼보가 선보인 360c 컨셉트카는 자율주행차의 실내 공간이 얼마나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출처: Volvo) 최근 컨셉트카에서는 브랜드에 관계없이 디자인이 유사한 경향을 볼 수 있다. 외형은 공기역학 특성 등 물리적으로 꼭 갖춰야 할 요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브랜드의 특징적 요소를 제외하면 거의 비슷한 형태로 수렴돼 있다. 대신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하면서 생활공간 연장 개념으로 실내 디자인에 접근하면서 편안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형태, 소재, 색상 등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볼보가 2018년 선보인 360c 컨셉트카는 그런 자율주행 전기차의 실내 공간 개념을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2021년 이후 아우디가 출시하고 있는 ‘스피어’ 시리즈는 미래 모빌리티 개념을 담고 있는 대표적인 모델이다.(출처: Audi) 아우디가 2021년부터 출시하고 있는 스피어(sphere) 시리즈에서도 그런 맥락이 이어지고 있다. 2021년 선보인 스카이피아는 대형 고성능 스포츠카, 이어 같은 해 출시한 그랜드스피어는 대형 세단, 올해 추가된 어반스피어는 도시형 다인승 미니밴, 내년 초 선보일 예정인 액티브스피어는 크로스오버 SUV의 미래 모습을 담고 있다. 장르는 다르지만 컨셉트카에 구현된 특징은 비슷하다. 자율주행과 전기 구동계를 바탕으로 탑승자에게 높은 수준의 이동 경험을 주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사회와 문화의 변화, 새로운 기술과 함께 자동차는 항상 발전과 변화를 거듭해왔다. 그리고 컨셉트카는 우리가 앞으로 접할 자동차의 변화를 항상 먼저 보여줬다. 최근 몇 년간 컨셉트카를 통해 선보인 디자인과 개념, 기술은 조만간 우리가 직접 구매하거나 경험할 수 있는 차량에 반영될 것이다. 미래로 자동차의 개념이 바뀌어도 컨셉트카는 자동차 더욱 모빌리티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수정 구슬 역할을 이어갈 것이다.

지음 | 류정희 자동차 칼럼니스트([email protected]) 기존 ‘네이버 디자인’ 콘텐츠는 디자인프레스 네이버 채널(블로그 포스트 네이버 TV)을 통해 계속 업데이트 되고 있습니다.디자인프레스는 창작과 기획 분야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프로젝트를 소개하기 위해 2021년 12월 ‘헤이팝’을 출시했습니다.’네이버 디자인’ 테마판에서 많은 분들이 애정해주신 ‘오 크리에이터’와 ‘잇 프로젝트’는 리뉴얼을 거친 후 ‘헤이팝’을 통해 다시 인사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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