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 클래스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달 탐사에 참가한다고 해 관심을 갖고 본 학자 분이 있었다. 심채경 저자였지만 천문학을 공부한 학자로서 에세이를 쓴 적이 있었다. 지인은 작가의 ‘얼굴이 예뻐서’ 책을 선택한 것 아니냐며 “내용이 예뻐서”라고 답했다. 이번 도서관에서 초대할 작가를 심채경 작가로 해달라고 제안했지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다소 내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내용이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깊이 설명한 것은 아니고 직업병처럼 종이가 달에 뜬 부분의 초승달이 아니라 섣달 그믐날에 해당한다는 내용, 어린왕자가 바라본 의자의 시각에 따른 노을 지는 시간 등을 설명하지만 누구나 자신만의 학문을 길게 하면 자신만의 틀에서 세상을 보게 되는 것을 보고 신기하게 생각하며 읽었다. 그렇다면 나는 수로 이루어진 세상과 불신과 회의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데 익숙해져 있지 않은가. 저 사람의 의도와 증거와 사실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세상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삐뚤거림이 탑재돼 있지 않느냐고 자문했다.
책은 크게 비정규직으로 살아온 그녀의 삶과 육아를 하며 학자 생활을 한 점, 연구원으로서 또 다른 4년을 위해 쏟아부은 예산 집행과 행정 사이에서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을 공부하게 된 계기까지 밝히는 과정이 솔직하고 흥미로웠다. 가스로 가득 찬 행성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한국사에서도 기록된 천체에 대한 이야기와 고인돌이 왜 그렇게 아시아에 많이 발견되는지 등 누구나 천문학자일 수 있어 그걸 몰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고 축구공을 제대로 찰 수 없는 것과 천문학을 모르는 것 아니냐는 겸손한 말에 감동했다. 자신이 더 많이 배울수록 상대방의 가치를 이해하는 학자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했다.
배울수록 자신의 경험치나 그것을 누적된 직관이라고 믿고 신입이나 기존 직원을 무시하는 결재자가 있지만 사실상 낡은 지식에 갇혀 있는 게 내가 아닌지 스스로도 점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기심이 죽는 것과 생각이 죽는 것은 같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을 판단하고 제거하는 것도 결정력이 아니라 외골수라는 것도 인지해야 한다.
대학에서 출석률을 취업계라는 표현으로 봐달라는 데 냉정함을 표현한 것도 당연한 행동이라고 수긍했다. 나는 이러니 너그럽게 봐줬으면 좋겠어. ‘학점을 평균으로 내라’ 등은 불합리하고, 해서는 안 될 행동이나 자신의 취업계를 빌미로 돈을 냈으니 학점을 달라는 식이다. 나는 학교와 학사를 돈으로 산 소비자 입장에서 대학을 깎아내리는 게 아쉬웠다. 사실 대학도 자격증 집합소로서 영어나 전공과제보다 교양과목으로 듣기 싫은 과목도 졸업을 위해 들어야 하는 억지 학문소로 전락한 것도 그랬다.
진정한 대학의 기능에 대해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당당하게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뀌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음과 시간을 희생해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만 대학에 가는 것이 옳다는 데 공감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천문학에 대한 입문서처럼 관심을 갖게 했고, 천문학자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여성으로서 부딪히는 출산에 대한 두려움과 육아생활 병행에 대한 어려움까지 절실히 비춰지면서 지금까지 버텨온 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지금은 행성이라 불리지 않는 명왕성이라든지 달 탐사에 대한 이야기와 화성 여행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쉽고 간결하게 그려내고 느낌 있게 쓰는 작가의 문체가 매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