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에서 심채경 박사의 인터뷰 내용이 너무 인상적이고 책 제목도 바뀌어서 제 독서 리스트에 올렸는데, 마침 해운대에 있는 동네 책방 <취미는 독서>를 방문했을 때 이 책이 눈에 띄게 구입해 놓고, 코로나 제 4차 대유행으로 인해 독서회가 한 달간 중단되면서 잠시 여유(?)가 생겼기 때문입니다.https://blog.naver.com/dehwang/222385169394 이 책은 김제동씨가 한국 사회의 전문가 7명을 만나 대담을 나눈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김제동씨가… blog.naver.com 심채경 박사는 현재 한국천문연구원의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천문학자로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어갈 차세대 과학자로 주목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천문학자가 쓴 책의 제목을 왜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고 했을까라는 의문이 책을 읽기 전부터,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제 나름대로 아주 주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는 출판사의 마케팅 전략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가 책제목의 독특함이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별에 대한 정의 때문입니다. 학력고사 과포자인 저는 우주에 있는 모든 것이 크기에 관계없이 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별(star)은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발하는 항성”을 말하며, 항성 주위를 돌면 행성(planet), 행성 주위를 돌면 위성(natural satellite), 태양 주위에 다가가 먼지와 연기를 흩뿌리며 지나가면 혜성(comet)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따라서 행성 과학자 심채경 박사는 태양과 같은 별을 연구하는 천문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별을 보지 않는다고 했을까요?
세번째는 천문학자들은 천문대에서 망원경을 통해 우주를 관찰하는 시간보다는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연구하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심채경 박사의 글은 웬만한 수준의 인문학자 못지 않게 뛰어났기 때문에 천문학 박사가 아니라 문학 박사라고 해도 될 정도라는 겁니다. 다음과 같은 표현은 정말 아름다우면서도 큰 울림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 길지만 인용해보겠습니다.
(1977년 지구를 떠난) 보이저는 창백한 푸른 점(=지구)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더 멀리, 통신도 닿지 않고, 누구의 지령도 받지 않는 곳으로. 보이저는 수명이 다할 때까지 전진할 것이다. 지구에서 가져온 연료는 바닥났다. 태양의 중력은 점점 가벼워져 빛조차 너무 희미해진다. 그래도 멈추지 않아 춥고 어둡고 광활한 우주로 묵묵히 나아간다. 그리하여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간다. 맞아, 어른이 될 거야”
저도 이 책을 읽고 과학 지식과 함께 삶의 방식에 대한 성찰로 좀 더 커진 것 같아요.^^
반면 천문학은 하늘에 관한 문학이라 할 수 있어 문학 중에 으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1만원짜리 지폐 뒷면에 그려진 그림 중에 혼천의와 천상 분야의 열차 지도가 있다는 것은 대체로 알고 있었지만, 보현산 천문대의 망원경이 그려져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경상북도 영천에 있는 보현산 천문대가 우리나라 천문관측의 중심지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어요.
또 미 항공우주국이 2024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달 재착륙 프로젝트에 달을 향하는 우주인들을 위해 음악 재생 리스트를 준비했는데 BTS의 소우주와 134340, 문 차일드 세 곡이 포함됐다고 합니다.be/LXOJk2PFKgY https://youtu.be/awdkaGCkQRohttps://youtu.be/G9ntaxClfrA 중 <134340>이 아주 희귀한 노래 제목인데, “134340”은 본래 태양계 마지막 행성이었으나 2006년 국제천문연맹에 의해 왜 소행성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에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을 벗어난 명왕성의 공식 번호라고 합니다.
이 책은 천문학과 인문학이 만나 조화로운 화음을 이루는 교향곡 같은 책이고, 태생이 ‘문과’인 저에게는 과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더하면서 ‘우주 속의 지구와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거대한 주제를 고민하게 만드는 ‘천지인문학'(?)에 관한 훌륭한 입문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