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바닥, 손가락의 저림은 생각보다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입니다.
경추디스크 환자와 같이 경추수준에서 신경이 눌려 손가락 저림이 발생하거나 목이나 쇄골수준에서 신경이 근육이나 주변 연부조직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밀려 상지의 저림이 발생하거나 말초로 내려가면 팔꿈치나 전완부 혹은 손목에서 신경이 눌릴 수 있습니다. 물리적인 신경압박이 아니라면 당뇨의 합병증으로 말초신경병증이 나타나는 등의 내과적 문제 혹은 스트레스 등의 상황에서 심리적 요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신경정신과적 문제 등 여러 가지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오늘은 물리적인 신경 압박에 의해 야기된 손 저림 CASE를 기록하겠습니다.
신경이라는 것도 말초에서 뇌로 자극 신호를 전하는 하나의 전기선과 같이 생각해도 좋기 때문에 신경을 손상시키면 일반적으로 그 이하의 말초에서 증상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손목으로 신경이 눌리게 되면 손목 이하로 저림이 생기고, 팔꿈치로 눌리는 경우는 팔꿈치 이하로, 목으로 눌리는 경우는 목에서 어깻죽지, 상지를 따라 저림이 일어나지요. 그러나 이는 가장 전형적인 경우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실제 임상에서는 목에 신경이 눌렸는데도 그 이하 전체가 아닌 손쪽에만 저림이 나타날 수 있으며 관련통, 방사통 등 불쾌한 감각을 일으키는 다른 원인도 있을 수 있으며 또한 해당 신경문제로 인한 증상이 기본적으로 알려진 신경지배 영역(Dermatome)에 정확히 일치하는 증상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임상에서는 결국 기본적인 신경지배영역과 신경통의 양상 혹은 메커니즘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해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여러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증상발생 상황, 기간, 호전/악화 양상, 자주 취하는 동작/자세, 직업, 이학적 검사, 근전도 검사(EMG), 초음파, MRI 등 진단기기의 결과 등을 확인하고 실제로 증상을 일으키고 있는 원인을 올바르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환자는 팔굽혀펴기를 하고 나서 갑자기 발생한 손가락 저림으로 내원한 사례입니다.CASE – 20세 남자, 보통~ 마른 체격
<8/24> ㅁ 주소증 : 오른쪽 3, 4번째 손가락 저림 ㅁ 발병일 : 약 1주일 전
ㅁ 현 병력: 최근 팔굽혀펴기 운동을 시작해 하루에 60개 정도에서 100개까지 갑자기 늘리다가 지난주부터 오른쪽 3, 4손가락 마지막 마디 저림이 발생하였다.직업상 평소 운전하는 시간이 많다.
ㅁ 증상 : 3, 4번째 손가락(DIP joint 이하)이 시리다. 호전, 악화 양상 특별히 없고, 안정시에도 증상은 유지중.NRS 4. 내관혈(손목 중앙에서 2~3cm 내측 양근 사이) 근처에서 특히 압통이 심하다.** Phalentest(+, 30초 정도로 마비되어 재현됨), Tinnel(+), Spurling test(-/-)EMG, MRI 등 타 진단기록 없음.
ㅁ 과거력 : 동일증상 과거력없음
ㅁ 진단 : r/o손목터널증후군 <진단과정>
- 증상 발생 전후에 바닥에서 무리하게 개수를 늘려 팔굽혀펴기를 한 것 이외에 증상을 일으킬 만한 평소와 다른 점은 없었습니다.
- – 평소 운전을 많이 하기 때문에 만성적인 디스크 주변의 문제로 경추 수준에서 신경이 눌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손가락 저림 외에 목이나 어깻죽지 주변의 아무런 증상도 없었고, 이전에 불편한 적도 없었습니다. 또한 이학적 검사상 spurling test도 음성으로 경추의 움직임과 증상의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경추의 문제는 우선 배제하였습니다.
- – 무엇보다 터널 부위 자극시 통증이 재현되는 양상(Tinnel sign)과 Phalentest시 손가락 저림이 뚜렷하였으므로 우선적으로 수근관 압박이 의심됩니다.
- 바닥에서 팔굽혀펴기를 할 때 손목이 최대로 펴지게 되어 손목 터널에 높은 압력이 가해지는데 그것이 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손목이 불편한 경우 푸시업바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ㅁ치료 : ○바늘치료 (한의학연구원 – 하버드 의대에서 시행한 수근관증후군 임상연구를 바탕으로 치료) *근위취혈(환측) : 대릉, 팔뼈, 양옆, 양옆, 양옆,
- ㅁ 환자 교육 : – 오늘 치료 후 최소 1주일간 손목 추가 자극을 피하고 증상의 호전 여부를 관찰합니다. 치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약침, 전침 등의 보다 강한 치료가 필요하거나 다른 원인이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꼭 운동을 해야만 하는 경우, 푸쉬업 바를 이용하여 바닥에서 푸쉬업하는 상황은 피하시고, 운동 전후에 충분히 손목을 풀어주세요.
<9/17> 8/24 치료 후 몇 주 동안 증상이 호전된 채로 편하게 지냈다. 푸시업도 중지.9월 14일부터 다시 비슷한 양상으로 악화(주말에는 휴대폰을 장시간 사용하며 다른 이벤트는 따로 없었다)
ㅁ 치료 : ㅇ동일
ㅁ 환자교육 : – 지난 치료 후 반응으로 미루어 손목터널 문제가 확실해 보입니다.- 이번에 또 증상이 나타난 것은, 휴대 전화를 사용하는 중에 장시간 손목을 고정한 상태였던 것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가벼운 자극에 의해 재발되었으나 초발 시보다는 완만한 자극에 의해 발생한 상태이므로 추가치료를 하시면 금방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증상개선 후에도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강하게 구부릴 것, 길게 압박될 것, 뒤로 젖힌 채 장기간 고정될 것 등)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보통 수근관증후군은 만성적인 압박상황으로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에서 단기간의 손목 압박 이벤트로 발생한 이번 환자는 다소 특이한 경우였습니다.
지금까지 본 다른 환자분들의 경우 야근이나 컴퓨터 작업이 많은 오피스 워크, IT 회사 직원 등 키보드를 장시간 사용하는 직업군의 환자분들과 가사, 육아를 하는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손목 인대의 염좌, 힘줄의 손상이 스포츠 활동이나 운동 중에 빈발하고 있는 반면, 수근관 증후군은 직업이나 생활 중에 자극 요인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한두 번의 치료로 쉽게 호전되는 경우가 드물며, 이미 만성화되었거나 장기간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손목 터널 주변 환경이 근육에 비해 회복이 더딘 조직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는 짧은 치료로 인한 회복 속도보다 하루 종일 생활 중에 손상되는 속도가 훨씬 빠르고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장기간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생활 중 손목터널 압박시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손목을 자주 풀어주거나 부드러운 패드를 깔아주는 등 생활교정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질환입니다.
보존적 치료로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는 질환이지만 이러한 부분들을 이해하고 꾸준한 치료와 생활교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엄지손가락 관절이 평평해져 있거나, 엄지손가락의 근력저하가 장기화되거나, 근전도 검사 결과상 신경손상이 심하고 예후불량의 경우 수술도 고려하므로 함부로 치료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다리고 있으니 우선 어디에서나 진찰을 받아 주치의와 상담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