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J군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반려견 ‘별’이라고 소개했다. (사진=팝콘뉴스)©팝콘뉴스(팝콘뉴스=정영주 기자)* [옆집에 내가 산다]는 국내외 선입견과 편견, 차별의 관점을 포착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우리 얘기가 됩니다. 평범한 이웃의 특별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평범한 고3 J군에 대해
수줍게 피식 웃는다. 큰 저음의 목소리는 청소년기를 지나 꽤 어른스럽다. 인터뷰 질문에 단답형으로 준비해 놓은 듯 빠르게 답한다. 군인이 되고 싶어요.J 군은 진로를 결정했다. 완강히 한군데 입시원서를 넣어두었다. 군인이 되고 싶기도 하고 특전사를 지원했다고 한다. J군과 대화하다 보면 작고 아담한 체격은 곧 사라지고 차분한 밝기에 동화된다. 내면이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아.
떠돌아다니는 섬이었던 아이
갓난아기 때부터였다. 100일도 채 안 된 아기 J군을 두고 부모는 이혼했다. 엄마는 언니를 데려갔고 철이 없던 아버지는 떠났다. J 군의 양육자는 그때 달라졌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기를 밤낮으로 돌봤다. 손자 양육비를 책임져야 했던 할머니는 건설현장 식당에서 일했고 며칠에 한 번씩 손자를 만났다. 그렇게 아기는 누군가의 품속에서 자랐다. 무언가를 보고, 만지고, 중얼거리고, 두 다리를 내딛고, 호기심이 끄는 대로 걷고, 보고 듣는 단어도 늘어났고, 생각을 말하고 쓸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가족, 양육자들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할머니를 오가던 어느 무렵 셋째 삼촌이 가족이 생겼다. 할머니는 삼촌에게 손자를 맡겼다. 가계에 보태라며 손자 양육비를 매달 마련했다. 여섯 살 때부터 삼촌 댁에서 지냈다. 여느 아이들처럼 어린이집에 다녔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런데 아이는 눈치를 보았다. 숙부와 숙부의 언쟁이 점점 잦아졌다. J군은 자기 탓이라고 생각했다.
첫째 사촌과 둘째 사촌도 생겼다. 남의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어렵다는 말을 지인에게 들을 때마다 삼촌은 괴로워했다.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감정이 일으킨 갈등은 점점 강도가 세졌다.
청개구리 시대
미운 7세는 J군을 피해가지 않았다. 스스로 빗대 청개구리였다고 말했다. 공부하라고 하면 안하고 다치지 말라고 하면 다치고 돌아왔다. 장난기가 많아서였던 것 같다며 또 피식 웃어버린다.
친구를 괴롭히듯 장난을 쳐서 작은 엄마가 선생님에게 불려갔고, 어느 날엔가 작은 엄마가 특단의 조치로 J군을 동네 파출소로 데려가 경찰관을 대면시켰다. 그리고 한때의 나쁜 손버릇도 빨리 지나갔다. 울고 웃으면서도 여전히 눈치를 보는 ‘댑살’이 존재였다. 같이 사는 사촌이 컸다. 7살 차이에서도 사촌의 키는 점점 커졌고 J 군의 키는 작았다. 사촌들과 크면서 왠지 괴리감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삼촌과 연락이 닿았다. 아버지는 다시 결혼했고 삼촌은 이제 아이를 친아버지가 키우는 게 맞다고 떠넘기듯 보냈다. 입고 있던 옷을 급히 가져간 J군의 방에는 아직 다 가져가지 못한 동화책과 아끼던 장난감이 남았다. 그 방은 사촌끼리 꽉 차 있었다.
꿈의 변천사
불편하고 아팠던 그 시절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J군은 자랐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동아리에서 난타를 배우면서 무대 체질인가 싶었다. 색다른 감정이었다.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J 군의 사춘기는 꿈의 열망으로 커졌다.
오랜만에 명절에 만난 삼촌에게 자신의 미래를 걸고 딜(?)을 했다. 말수가 적은 J 군이 삼촌에게 무슨 말을 할 정도로 편하다고 생각했던 터였다.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돌봐주면 그 은혜를 잊지 않고 갚겠다고. 그래서 처음에 아이는 아빠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필요한 옷을 삼촌으로부터 얻는 재치를 발휘했다.
중학교 3학년, 고민이 컸다. 인문계 진학과 공고 진학 사이에 부모와 갈등이 생겼다. 기술을 배우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설득에 J군은 부모의 뜻을 따랐다. 공고에 진학한 이후 J군 스스로 원하고 노력하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포기와 체념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슬슬 진학에 고민할 때 군인이 되기로 했다. 3학년이 되면 구체적으로 꿈을 준비했다. 영화에서 본 멋진 군인, 10년 뒤에도 군인으로 훈련하고 있는 J군의 미래를 꿈꿨다. 또 집에서 일찍 독립할 수 있고 대학 등록금도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장면으로 소개해줄래?”
J 군은 사진 한 장을 자신 있게 보여 주며 말했다. 제가 중학교 3학년 때예요. 그 당시 진학 문제로 많이 힘들었는데 친구들과 함께 여러 곳에 놀러 가서 너무 행복했어요.” 운동하면서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특히 팀워크로 축구를 할 때는 즐거웠지만 안정감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현재 네 삶에 만족하니?” J군의 미소를 보며 자연스럽게 질문이 이어졌다. 네, 과분할 정도로 너무 만족스러워요. 현재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 늘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습니다.” 이 대답에 조금의 포장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과분한 정도’라는 표현이 조금 의아했다.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가치관이 생겼어요?” 자신을 긍정적인 사람으로 바꿔가려고 노력하는지 물었다.
‘아무리 슬픈 상황이나 힘든 상황이 와도 웃으려고 노력해요.’ 어떤 드라마인지 영화인지 봤거든. 이 말이 J 군의 마음을 파고들어 싹트고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어색해도 피식, 수줍어도 피식, 자연스럽게 입가의 미소도 잘 어울렸다.
삼키지 않는 여전히 불편하고 아픈 기억이 있을까, 너무 일찍 어른이 된 것 같은 배려와 미소 이면에 다른 것이 있는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수시로 변하는 양육자들 사이에 난무하는 섬이었던 그때를. 노 코멘트 하겠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직도 아픈 상처네. 돌이키기 싫고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이 무시하고 싶은 저쪽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언젠가는 상처도 아물고 흉터가 됐을 때쯤 담담하게 돌아볼 수 있는 때도 오겠지 하고 마음속으로 달랬던.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억을 안고도 아이는 웃는 선택을 했다.
J군의 2막이 오르다
저는 비겁한 사람에게만은 되고 싶지 않아요. 아무리 힘든 상황이 와도 비겁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답했다. 얼마나 곰곰이 생각하고 맹세한 말인가. 왠지 마음 언저리가 얼얼했다.
J군의 보이푸드 1막은 내리고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는 2막이 올라 있다. 완전히 J군의 의지로 선택한 문이다. 굳게 다문 입에는 탄탄한 자신감이 보이고 눈에는 여행자들의 호기심이 비치는 듯하다. 힘껏 뛰어오르는 J 군의 무대가 열린다. 성장 영화는 이렇게 인생에서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전하는 말 한마디가 저리다.
저는 어려서부터 남들보다 작고 키가 너무 작았어요. 물론 지금도.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몸집이 작지만 친구보다 빠르게 움직이며 순발력을 발휘했습니다. 나처럼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더라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J 군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한 경험을 나누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다. 아이가 자라 건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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