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을 감시한다면? 인공위성화

장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 원작의 삽화 그림 출처=바람이 씨를 뿌렸다. 버드나무, 갈대, 목초지, 마당과 꽃, 삶의 방식이 되살아났다. 그러나 그 변화는 매우 서서히 나타나서 사람들은 놀라지 않고 쉽게 적응했다.

40년간 나무를 심어 폐허의 땅을 거대한 숲으로 되돌려 놓은 한 늙은 양치기 이야기입니다. 해마다 식목일이면 으레 떠오르는 책이기도 하죠. 오직 씨앗을 심는 일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깊은 울림으로 깨닫습니다. 반대로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식목일을 잊을 수가 없어요. 4월 45일 21시간 동안 강원도 일대를 강타한 화마가 떠올라도 아찔합니다. 식목과 숲 보호는 우선순위가 없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인공위성으로 산불 감시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후에 진가를 발휘하는 고해상도 위성

산불이 도심까지 덮친 지난해 강원산불 현장. <사진출처=정책브리핑> 지난해 강원도 산불 이후 한동안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4월 10일 발표로 당초 산불피해 면적이 발표한 것보다 3배 이상 늘어난 1,757ha로 집계된 것입니다. 아리랑 위성 3A호가 찍은 영상으로 다시 정밀 분석한 뒤 더 정확해진 집계 결과였습니다. 산불 직후 추산된 면적은 도면상의 추정치로 현장 정밀조사 결과를 더해 다시 보름 후에 발표한 최종 피해면적은 2,832ha였습니다. 위성사진을 판독하는 과정에서 구름에 가려진 부분이 더해지고 산불로부터 열흘정도 지나 갈변하는 소나무가 포함되면서 면적이 늘어났던 것입니다.

이러한 피해 면적의 집계는 복구 계획을 책정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산불 발생의 사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앞서 말한 아리랑 3A호, 즉 지구 근처에서 근접 촬영을 할 수 있는 저궤도 위성입니다. 3A호의 공간 해상도는 0.4~0.5m이며, 큰 트럭과 자가용을 구분할 수 있는 정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숲이 검게 탄 흔적을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은, 사람이 보는 가시 광선 영역에서의 영상만으로는, 산불 사전 후의 차이를 거의 느끼지 않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근적외선 영상까지 입혀 가공한 자료입니다.

아리랑 3A호가 찍은 지난해 강원도 산불 근적외선 합성 영상(왼쪽)과 컬러 영상. 근적외선 영상에서는 검게 탄 면적을 보다 쉽게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근적외선은 눈에 보이지 않는 파장대 중 가시광선 영역에 가장 가깝습니다. 근적외선의 식생활력도가 높을수록 높게 반사되는 특성 때문에 숲속에서 피해면적만 어둡게 표시됩니다. 산림청에서는 이 정보를 지리정보시스템(GIS)에 넣어서 여러 현장 정밀조사 결과를 합쳐 고도화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모든 저궤도 위성이 아리랑 3A호만큼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더 많은 세월을 거슬러 2000년 강원도 산불 당시 미국 위성랜셋이 찍은 영상은 해상도가 30100m 정도에 불과했다. “해상도가 낮은 영상으로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국내 연구진의 판단이었습니다.산불의 위험도, 인공위성의 제6감으로도 감지한다

Landsat 8 영상으로부터 획득한 RGB 영상과 지표면 반사도를 NDVI 값으로 산출한 이미지(2018년 8월 22일 영상). 식생활력도를 알 수 있다. <그림의 출처=대한원격탐사학회지 유철희&박선영 2018>

강원도 산불 이후 획득된 아리랑 3호의 위성영상(왼쪽)과 산불 사전에 획득된 센티넬 2호 위성영상(오른쪽)의 지표면 반사도를 NDVI 값으로 산출한 이미지. 짙은 녹색이 식생활력이 높음을 나타내며 산불 사전 후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출처: The 40th Asian Conference on Remote Sensing, Yeji Kimetal., 2019> 인공위성의 한반도 시각은 ‘눈’이기도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육감’도 활용합니다. 여기서육감은다른감각을의미하죠. 삼림의 수분, 광합성의 정도, 열과 온도, 이산화탄소 등입니다. 인공위성의 여러 채널을 통해 각각 이런 상태를 탐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중식생의 활력도를 잘 나타내는 식생지수(NDVI)가 있습니다. 숲속 지붕(캐노피)의 광합성 능력을 탐지하는 일인데요.

식물의 경우 잎이 짙은 녹색을 띠죠? 식물의 잎에서는 초록색에 가장 많이 반사되어 우리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죠. 식물은 잎의 색소인 엽록소에서 적색, 청색계의 빛을 광합성을 위해 흡수합니다. 반면 잎의 세포구조는 근적외선 파장영역을 강하게 반사합니다. 강한 흡수가 식물을 과열시켜 조직을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태양광 방사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도록 진화해 온 것입니다. 이 덕분에 우리는 태양 방사 에너지의 양에서 식생의 활력도를 알 수 있습니다.

“식생지수 값이 -1에 가까우면 물에 해당하고, 0에 가까운 값(-0.1~0.1)은 바위나 모래처럼 건조한 지역, 1에 가까우면 온대나 열대우림, 낮은 양수값(약 0.2~0.4)은 관목이나 초원을 나타냅니다.”

측정치를 계산하는 방법은 좀 복잡해 보입니다. Red와 NIR는 각각 적색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영역에서의 반사도를 말합니다. 만약어떤숲이전년도또는며칠전에는관목정도의식생활력도를기록했다고해도어느순간불모지근처에수치가내려갔다면어떤이유로광합성이줄어났습니다.다른특별한원인이없다면산불을의심할수있어요. 나뭇잎의 수분량이 많은지 적은지도 알 수 있어요. 주로 단파복사 SWIR) 파장을 사용하여 측정합니다. 이 흡수량이 증가하게 되면 수분량이 많다 라는 뜻이에요. 이 지표와 근적외선 반사율을 가지고 먼저 NDVI와 같이 측정치를 계산하면 숲의 건조도를 알 수 있습니다. 지상의 건조 상태에 따라 산불 발생의 위험도를 탐지하는 것입니다.

위성이 실시간으로 산불 감시도 가능한가

정지궤도에 나란히 올라가 있는 천리안 2A호(왼쪽)와 2B호. 정지궤도 위성은 한반도를 2분에 1번 촬영하며 상시 모니터링에 특화되어 있다. 자료제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사후 피해면적 조사만큼 중요한 것이 감시기능입니다. 항상 한반도를 주시하다가 산불이 감지되면 알려주는 겁니다. 이걸 인공위성이 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네요. 해상도가 높은 저궤도 위성이 마침 한반도 위를 지날 때 발화점을 발견했다면?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대부분의 위성사진은 관심 지역의 주문 촬영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저궤도 위성은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폭도 최대 14~16㎞이며, 재방문 주기도 하루 이상 됩니다. 우리 연구진은 이것을 시간 해상도가 낮다고 표현합니다. 저궤도 위성의 시간 해상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정지 궤도 위성입니다.

지금 정지 궤도에는 천리안 2A호와 2B호가 나란히 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2B호는 얼마 전 정상궤도에 안착한 뒤 시험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정지궤도위성에 특화된 것이 바로 모니터링 기능입니다. 현재 2A호는 2분에 1번 한반도 전체를 찍고 있습니다. 일단 시간 해상도는 확실히 확보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아주 짧은 간격으로 구름 사진을 찍어 이동 방향을 타임랩스 영상으로 구현해 기상 상황을 즉시 알려줍니다. 그러나 3만6000km 떨어진 곳에서 저궤도 위성 정도의 공간 해상도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현재 천리안 2A호의 공간 해상도는 0.5~2㎞입니다. 500미터 이상의 큰 화재가 아니면 잡기 어렵습니다. 즉, 시간 해상도가 높은 천리안은 공간 해상도가 낮고, 저궤도 위성은 그 반대의 샘물인 것입니다.

▶쌍둥이 같은 2A호와 2B호는 무엇이 다른가? https://blog.naver.com/karipr/221845078293

지난해 8월 천리안 2A호 산불 탐지 영상. 빨간 표시가 산불을 탐지하는 장소다. 촬영 당시 탐지되는 곳은 없었다. <이미지출처=국가기상위성센터> 발화점이나 연기로도 감지하는 현재 천리안 2A호는 23종의 기본 산출물과 부가 산출물 29종을 국가기상위성센터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시범 운영 중이지만 정식 운영이 시작되면 평년의 최저최고치 사이를 기준으로 위험 정도를 4구간(관심-주의-경계-심각)으로 구분해 표현할 수 있는데요. 특정 지역의 산불 위험도 등급이 심각한 상태를 지속하면 그 지역에 산불 발생 위험 경고를 하는 방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천리안 2A호가 제공하는 기상·환경 산출물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림 출처=국가기상위성센터>

천리안 2A호가 제공하는 기상·환경 산출물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도출=국가기상위성센터>에 앞서 고해상도 위성은 상세한 피해면적 조사에 특화되어 있다고 합니다. 정지궤도위성은 이보다 먼저 산불탐지도 가능합니다. 발화점이나 연기를 감지하여 산불의 유무를 결정하는 산출물인 것입니다. 주변 픽셀보다 유독 온도가 높은 곳을 특정하거나 이산화탄소 검출에 특화된 채널을 이용해 파악하는 것입니다. 물론이를실시간정보로얻기위해서는비교할수있는데이터가대량축적되어있어야하고,국민생활과밀접한만큼신뢰도도굉장히높아야합니다.

저희 위성영상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물이 더욱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처리기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인공위성이 찍은 영상은 일반 사용자들이 목적에 맞게 사용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가시광선 영역외의 채널 영상은 물론, 실제와 달리 비틀리거나 뒤틀리거나, 대기에 의한 산란등에서 오차가 빈번히 발생합니다. 이런걸 집어주지 않으면 값비싼 위성사진도 무용지물입니다. 저희 연구팀은 위성영상 분석 기술의 고도화를 위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사용자의 경험에 맞게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앞서 말한 한국의 인공위성(저궤도위성, 천리안 2A, 2B)을 마치 하나의 시스템처럼 활용하는 데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산불 감시와 촬영 분야만 해도 이미 시간 해상도가 높은 정지궤도 위성은 실시간 모니터링에 투입되고 공간 해상도가 높은 저궤도 위성은 정확한 피해 면적을 산출하는 데 활용됩니다. 공간 해상도도 높이면서 시간 해상도까지 확보한 천리안 2B호는 어떤가요. 산불탐지-위치파악-촬영스케줄전달-산불촬영-피해지역 모니터링-피해면적 측정 등의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완성시켜줄 한국위성군단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네요.

기획제작 : 항공우주에디터 이정원 내용감수 : 위성활용부 박선영 선임연구원 김예지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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