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이 책은 그냥 추천읽는 내내 행복했어이런 사람이 있었다니 정말 다행이야.
천문학이라는 걸 잘 몰랐는데 읽어보고 싶은 책도 나오고^^이상하게 많은 부분에서 위로가 되고 공감도 되고 또 분노도 느꼈던 시간.
31 돌이켜보면, 도중에 그만둘 수 없었던 것은 떠날 용기가 없어서였다. 하지만 남은 채로 버티는 데도 역시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떠난 사람들은 남지 못한 것이 아니라 남지 않기로 선택한 것이고, 남은 사람들은 떠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떠나지 않기로 선택한 것이다. 이제는 알 것 같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묵묵히 그 길을 걸으면 된다는 걸. 파도를 이기든 지든 보는 경험이 나를 숙련된 뱃사람으로 만들어 준다는 걸.
45세의 내가 들은 기본 천문학 강의는 천문학이라는 미래에도 변함없이 살아남는, 시간에 관계없는 기본지식이라는 훌륭한 말로 시작되었다. 나는 그것을 종이 종이에 써서 공책 맨 앞에 붙였다.
58 서양식 과학을 무조건 맹종할 필요는 없지만 어떻게 세계를 좌우할 수 있는 파급력을 갖게 되었는지를 관찰하고 탐구할 필요는 있다. 관찰하고 탐구하는 그 자체가 학문적 태도다. 신기하고 새로운 현상을 배우고 발견하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다. 밤하늘의 모든 별이 같은 방향으로 흐를 때 홀로 역행하는 행성을 발견하고 두려워하거나 신기해 하는 것이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수세기 동안 지식을 쌓는 것, 끊임없이 검증하고 반박하고 새로운 근거를 덧붙이는 것, 나의 생각을 제3자의 눈으로 조망하는 것, 그것을 대학에서 배워야 한다.
100-101 정거장에서는 지구에서보다 얼굴이 더 부어오른다. 다리 쪽으로 피를 끌어당기는 중력이 없는데도 심장은 지구에서 제 역할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여성 우주인의 부은 얼굴을 보고 외모를 비하하는 글들이 기사마다 쏟아졌다. 이소연은 잠자는 시간도 아껴 18가지 실험을 했고 여의치 않은 실험을 놓고 며칠을 고민했다. 러시아 측이 실험이 너무 많아 줄이라고 요청할 정도로 무리한 일정이었다. 그것을 우주인이 해낸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성을 높여 칭찬하지 않았다.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올 때 귀환 모듈 결함으로 죽을 뻔한 것이 한국 우주인의 영웅담으로 오래도록 인구에 회자되지도 않았다.
다카야마가 우주인이 취소된 이유를 찾으면서 이소연 우주인의 인터뷰를 찾아보니 여전히 악플이. 먹튀라니요ㅠㅠ)
107 그러나 그것은 엄마가 돌보면 더 좋은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엄마가 돌보는 것이 당연한 이유는 아니다.부모 중 누군가가 자기 일을 잠시 포기하면서까지 아이를 위해 달려가는 것은 양육자로서의 의무다. 아이가 아플 때 엄마가 일을 포기하고 달려가는 것은 누군가 가야 하지만 남편이 없거나 달려갈 수 없기 때문이다. 현실이 그런 것을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 비난의 대상은 아픈 아이도, 달려가는 엄마도, 달려가는 아빠도 아니다. 가면서도 뛰지 않는 아버지가 있다면 그를 비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엄마라도 비난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남의 가정에 대해 비난할 자격과 기회가 있다면 말이다.
145번. 내가 천문학을 선택하게 된 극적인 이야기와 업적을 이룬 경험을 공유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달라던가. 나는 연구과제가 끝나면 급여도 경력도 그런대로 단절되므로 과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 이외에 살기 위해 다음, 또 그 다음에 연구과제를 따내는 일에 정신이 팔리는데 일년에 몇 번씩 정규직 채용공고에 원서를 넣었다가 탈락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데 그런 상황이 결코 누군가에게 희망적일 리 없다. 내가 이 직업을 포기하지 않고 정규직으로 취업하고, 내가 기여한 연구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수돼 후배 천문학자들의 연구를 도울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야 과거의 고군분투가 무지개빛 희망으로 물들지 않을까.
147-148이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아찔했지만, 어쨌든 나는 나에게의 요청에 꽤 응했다. 아직 탐사선 발사도 하지 않았는데 세계의 관심을 받을 만큼 한국의 달 탐사 관계자들이 열심히, 잘하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기 때문이었다. 한국형 달 탐사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지지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유학을 가지 않은 국내파도,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도 모두 괜찮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천문학을 택해 행성 과학자의 길에 와 주기를, 그래서 가까운 장래에 든든한 동료가 되어 주기를 간절히 바랐기 때문이다. 그런 기회가 아무에게도 오지 않는다는 것도 자명했다. 어쩌면 내게도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열심히 응하는 것이 도리 아니겠는가. 한국형 달 탐사가 시작된 그때처럼.
156 보이저는 창백한 곳을 잠시 바라보았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더 멀리, 통신도 닿지 않고, 누구의 지령도 받지 않는 곳으로. 보이저는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전진할 것이다. 지구에서 반출한 연료는 바닥났다. 태양의 중력은 점점 가벼워지고 빛마저도 너무 희미해져 간다. 춥고 어둡고 드넓은 우주로 묵묵히 나아간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간다. 맞아, 어른이 될 거야
165cm 되는 것을 보러 가는 어린 왕자를 만나면 나는 기꺼이 그의 장미 옆 가로등을 켜고 그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 왜 슬픈지 묻지 않고, 의자를 끌어당겨 앉은 것이 43번째인지 44번째인지 추궁도 하지 않고, 1943년 프랑스 프랑의 환율도 묻지 않는 어른이고 싶다. 그는 슬플 때 해가 지도록 명령할 수는 없지만, 해가 지는 광경을 보기 위해서는 어느 쪽으로 걸어야 하는지 넌지시 알려줄 것이다. 천문학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도움이 된다.
180, 그리고 자신들이 낸 세금을 기꺼이 우주탐사에 쓰는 것을 허락하고 공감하고 지지하며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주는 국민이 필요하다. 당신이 꼭 필요해. 천문학자가 아니더라도 우주를 사랑할 수 있고 우주탐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우주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수만의 방법이 있으니까.
186 초승달은 해를 바짝 쫓느라 초저녁이 돼 잠깐 보였지만 이내 지평선 아래로 가버린다. 하루하루 지나고 달은 차오르고 뜨는 시간이 조금씩 늦어진다. 오후에 반달이 보이면 태양과 한참 떨어진 동남쪽에 해당한다. 오른손 방향으로 볼록한 상현달이다. 보름날이 되면 서쪽으로 해가 질 무렵이 되어 동쪽으로 달이 뜬다. 보름달은 동이 틀 때까지 계속 서쪽으로 진다. 달이 뜨는 시간은 매일 약 50분씩 늦어진다. 보름에서 며칠이 지나 왼쪽만 볼록해진 하현달은 한밤중이 되어서야 떠 낮에 떨어진다. 오전에 서쪽으로 뜬 반달이 하현달이다. 여러 해가 지나고 섣달 그믐이 되면 새벽이 되어서야 달이 뜨는 것이다. 그리고 곧 해가 뜨면 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초승달에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고 상현달과 보름달도 매우 사랑받는다. 그러나 밤하늘에 하현달이 보일 때는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많은 사람이 보지 못한다. 섣달 그믐은 밤을 새운 사람이나 한밤중에 일어나 해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소수의 사람들만 보는 그런 달이다.
그래서 달을 볼 수 있는 날이 한정적이네. 알게 되었어.
210 한자를 별자리 수라고 읽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원래는 잘숙자이지만 동양의 별자리로 28수의 수자로 쓰인다. 28수는 밤하늘에서 달이 하루씩 머무는 영역을 별자리로 묶은 것이다. 매일 같은 시각 달의 위치를 관찰하면 매일 동쪽으로 이동하지만 한 달이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달이 하루 머무는 곳이라 숙소를 쓰는 한자사전에서는 ‘잘숙’과 ‘별자리 수’를 동시에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별자리뿐만 아니라 별 이름도 기존의 한자를 사용한 것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동방칠수는 뿔, 형항, 촉, 방방, 마음, 미미, 키 등 일곱 별인데 한자사전에서 뿔이나 항자를 찾아보면 열 번째 항목에 성각, 성항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우리 아버지는 청소년 시절 서당을 다녔는데 무슨 별을 외우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서당이란 암기의 전당이라 일단 외우기는 하지만 왜 별을 뜻하는 글자가 그렇게 많은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선생님도 문과 체질이라 그런지 한문본 속의 별에 별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211대입 원서를 쓸 때 내가 천문학과를 가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고 내 기억 속에서 별, 무슨 한자의 미스터리를 꺼내 나에게 해결을 의뢰했다. 운이 좋았다.바로 그해 안상현 박사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의 별자리’라는 한국의 전통적인 별자리에 관한 책이 출간된 것이다. 덕분에 나는 아버지의 40년 묵은 별별 미스터리를 풀었고, 천문학자는 돈을 벌 수 없다는 편견 등에 맞서야 할 난관 없이 천문학을 배우는 학과에 원서를 쓸 수 있었다. 지금은 서양식 현대천문학을 공부하느라 생각도 못하겠지만, 내가 할머니가 되면 고천문학을 연구하시는 분들 옆에서 물어보고 싶다.
나도 이 책 샀어 읽어보지 않으면)
270 무엇이 되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그리고 무엇이든 하면, 무엇이든 좋다고 인생은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안개 속 미지의 목적지를 향해 글을 썼다. 그래서 어떤 책이 될 수는 있었다.
덕분에 너무 잘 읽었어요 박사 ^^)
이 책은 그냥 추천읽는 내내 행복했어이런 사람이 있었다니 정말 다행이야.
천문학이라는 걸 잘 몰랐는데 읽어보고 싶은 책도 나오고^^이상하게 많은 부분에서 위로가 되고 공감도 되고 또 분노도 느꼈던 시간.
31 돌이켜보면, 도중에 그만둘 수 없었던 것은 떠날 용기가 없어서였다. 하지만 남은 채로 버티는 데도 역시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떠난 사람들은 남지 못한 것이 아니라 남지 않기로 선택한 것이고, 남은 사람들은 떠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떠나지 않기로 선택한 것이다. 이제는 알 것 같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묵묵히 그 길을 걸으면 된다는 걸. 파도를 이기든 지든 보는 경험이 나를 숙련된 뱃사람으로 만들어 준다는 걸.
45세의 내가 들은 기본 천문학 강의는 천문학이라는 미래에도 변함없이 살아남는, 시간에 관계없는 기본지식이라는 훌륭한 말로 시작되었다. 나는 그것을 종이 종이에 써서 공책 맨 앞에 붙였다.
58 서양식 과학을 무조건 맹종할 필요는 없지만 어떻게 세계를 좌우할 수 있는 파급력을 갖게 되었는지를 관찰하고 탐구할 필요는 있다. 관찰하고 탐구하는 그 자체가 학문적 태도다. 신기하고 새로운 현상을 배우고 발견하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다. 밤하늘의 모든 별이 같은 방향으로 흐를 때 홀로 역행하는 행성을 발견하고 두려워하거나 신기해 하는 것이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수세기 동안 지식을 쌓는 것, 끊임없이 검증하고 반박하고 새로운 근거를 덧붙이는 것, 나의 생각을 제3자의 눈으로 조망하는 것, 그것을 대학에서 배워야 한다.
100-101 정거장에서는 지구에서보다 얼굴이 더 부어오른다. 다리 쪽으로 피를 끌어당기는 중력이 없는데도 심장은 지구에서 제 역할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여성 우주인의 부은 얼굴을 보고 외모를 비하하는 글들이 기사마다 쏟아졌다. 이소연은 잠자는 시간도 아껴 18가지 실험을 했고 여의치 않은 실험을 놓고 며칠을 고민했다. 러시아 측이 실험이 너무 많아 줄이라고 요청할 정도로 무리한 일정이었다. 그것을 우주인이 해낸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성을 높여 칭찬하지 않았다.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올 때 귀환 모듈 결함으로 죽을 뻔한 것이 한국 우주인의 영웅담으로 오래도록 인구에 회자되지도 않았다.
다카야마가 우주인이 취소된 이유를 찾으면서 이소연 우주인의 인터뷰를 찾아보니 여전히 악플이. 먹튀라니요ㅠㅠ)
107 그러나 그것은 엄마가 돌보면 더 좋은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엄마가 돌보는 것이 당연한 이유는 아니다.부모 중 누군가가 자기 일을 잠시 포기하면서까지 아이를 위해 달려가는 것은 양육자로서의 의무다. 아이가 아플 때 엄마가 일을 포기하고 달려가는 것은 누군가 가야 하지만 남편이 없거나 달려갈 수 없기 때문이다. 현실이 그런 것을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 비난의 대상은 아픈 아이도, 달려가는 엄마도, 달려가는 아빠도 아니다. 가면서도 뛰지 않는 아버지가 있다면 그를 비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엄마라도 비난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남의 가정에 대해 비난할 자격과 기회가 있다면 말이다.
145번. 내가 천문학을 선택하게 된 극적인 이야기와 업적을 이룬 경험을 공유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달라던가. 나는 연구과제가 끝나면 급여도 경력도 그런대로 단절되므로 과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 이외에 살기 위해 다음, 또 그 다음에 연구과제를 따내는 일에 정신이 팔리는데 일년에 몇 번씩 정규직 채용공고에 원서를 넣었다가 탈락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데 그런 상황이 결코 누군가에게 희망적일 리 없다. 내가 이 직업을 포기하지 않고 정규직으로 취업하고, 내가 기여한 연구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수돼 후배 천문학자들의 연구를 도울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야 과거의 고군분투가 무지개빛 희망으로 물들지 않을까.
147-148이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아찔했지만, 어쨌든 나는 나에게의 요청에 꽤 응했다. 아직 탐사선 발사도 하지 않았는데 세계의 관심을 받을 만큼 한국의 달 탐사 관계자들이 열심히, 잘하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기 때문이었다. 한국형 달 탐사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지지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유학을 가지 않은 국내파도,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도 모두 괜찮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천문학을 택해 행성 과학자의 길에 와 주기를, 그래서 가까운 장래에 든든한 동료가 되어 주기를 간절히 바랐기 때문이다. 그런 기회가 아무에게도 오지 않는다는 것도 자명했다. 어쩌면 내게도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열심히 응하는 것이 도리 아니겠는가. 한국형 달 탐사가 시작된 그때처럼.
156 보이저는 창백한 곳을 잠시 바라보았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더 멀리, 통신도 닿지 않고, 누구의 지령도 받지 않는 곳으로. 보이저는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전진할 것이다. 지구에서 반출한 연료는 바닥났다. 태양의 중력은 점점 가벼워지고 빛마저도 너무 희미해져 간다. 춥고 어둡고 드넓은 우주로 묵묵히 나아간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간다. 맞아, 어른이 될 거야
165cm 되는 것을 보러 가는 어린 왕자를 만나면 나는 기꺼이 그의 장미 옆 가로등을 켜고 그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 왜 슬픈지 묻지 않고, 의자를 끌어당겨 앉은 것이 43번째인지 44번째인지 추궁도 하지 않고, 1943년 프랑스 프랑의 환율도 묻지 않는 어른이고 싶다. 그는 슬플 때 해가 지도록 명령할 수는 없지만, 해가 지는 광경을 보기 위해서는 어느 쪽으로 걸어야 하는지 넌지시 알려줄 것이다. 천문학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도움이 된다.
180, 그리고 자신들이 낸 세금을 기꺼이 우주탐사에 쓰는 것을 허락하고 공감하고 지지하며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주는 국민이 필요하다. 당신이 꼭 필요해. 천문학자가 아니더라도 우주를 사랑할 수 있고 우주탐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우주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수만의 방법이 있으니까.
186 초승달은 해를 바짝 쫓느라 초저녁이 돼 잠깐 보였지만 이내 지평선 아래로 가버린다. 하루하루 지나고 달은 차오르고 뜨는 시간이 조금씩 늦어진다. 오후에 반달이 보이면 태양과 한참 떨어진 동남쪽에 해당한다. 오른손 방향으로 볼록한 상현달이다. 보름날이 되면 서쪽으로 해가 질 무렵이 되어 동쪽으로 달이 뜬다. 보름달은 동이 틀 때까지 계속 서쪽으로 진다. 달이 뜨는 시간은 매일 약 50분씩 늦어진다. 보름에서 며칠이 지나 왼쪽만 볼록해진 하현달은 한밤중이 되어서야 떠 낮에 떨어진다. 오전에 서쪽으로 뜬 반달이 하현달이다. 여러 해가 지나고 섣달 그믐이 되면 새벽이 되어서야 달이 뜨는 것이다. 그리고 곧 해가 뜨면 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초승달에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고 상현달과 보름달도 매우 사랑받는다. 그러나 밤하늘에 하현달이 보일 때는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많은 사람이 보지 못한다. 섣달 그믐은 밤을 새운 사람이나 한밤중에 일어나 해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소수의 사람들만 보는 그런 달이다.
그래서 달을 볼 수 있는 날이 한정적이네. 알게 되었어.
210 한자를 별자리 수라고 읽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원래는 잘숙자이지만 동양의 별자리로 28수의 수자로 쓰인다. 28수는 밤하늘에서 달이 하루씩 머무는 영역을 별자리로 묶은 것이다. 매일 같은 시각 달의 위치를 관찰하면 매일 동쪽으로 이동하지만 한 달이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달이 하루 머무는 곳이라 숙소를 쓰는 한자사전에서는 ‘잘숙’과 ‘별자리 수’를 동시에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별자리뿐만 아니라 별 이름도 기존의 한자를 사용한 것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동방칠수는 뿔, 형항, 촉, 방방, 마음, 미미, 키 등 일곱 별인데 한자사전에서 뿔이나 항자를 찾아보면 열 번째 항목에 성각, 성항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우리 아버지는 청소년 시절 서당을 다녔는데 무슨 별을 외우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서당이란 암기의 전당이라 일단 외우기는 하지만 왜 별을 뜻하는 글자가 그렇게 많은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선생님도 문과 체질이라 그런지 한문본 속의 별에 별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211대입 원서를 쓸 때 내가 천문학과를 가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고 내 기억 속에서 별, 무슨 한자의 미스터리를 꺼내 나에게 해결을 의뢰했다. 운이 좋았다.바로 그해 안상현 박사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의 별자리’라는 한국의 전통적인 별자리에 관한 책이 출간된 것이다. 덕분에 나는 아버지의 40년 묵은 별별 미스터리를 풀었고, 천문학자는 돈을 벌 수 없다는 편견 등에 맞서야 할 난관 없이 천문학을 배우는 학과에 원서를 쓸 수 있었다. 지금은 서양식 현대천문학을 공부하느라 생각도 못하겠지만, 내가 할머니가 되면 고천문학을 연구하시는 분들 옆에서 물어보고 싶다.
나도 이 책 샀어 읽어보지 않으면)
270 무엇이 되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그리고 무엇이든 하면, 무엇이든 좋다고 인생은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안개 속 미지의 목적지를 향해 글을 썼다. 그래서 어떤 책이 될 수는 있었다.
덕분에 너무 잘 읽었어요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