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챈들러, 빅 슬립, 김진중 옮김, 2020.
레이먼드·챈들러 Raymond Chandler(1888~1959)『 빅 슬립 』은 1950년대 하드 보일드 시대의 생장점의 정상에 다른 작품과 함께 있는 작품이다.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대중적인 읽을 거리로 발간된 펄프 잡지의 픽션이 인기를 끌면서 다수의 작가 지망생을 끌어들이고 1930년대 이후 꽃을 피웠다. 수수께끼 투성이의 사건과 성적인 매력을 짙게 드러내여성 인물들(포와ー루면”회색의 뇌세포”운운한)예민함보다는 도시 곳 곳을 떠돌고, 갱과 경찰의 압력 속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추잡한 탐정들이 인기를 모은 것이다. 능력은 평범하지만 윤리 의식은 각별한 탐정들의 시대였다.내가 필립·말로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중학교 때 바다문 출판사에서 나온 『 세계의 명탐정 50명 』의 덕분이었다. 당시 나는 역시 바다문 출판사에서 나오는 추리 소설 시리즈에 빠져들었다. 셜록, 홈즈와 아르센, 루팡은 기본이고, 브라운 신부, 에라리ー· 퀸, 포와ー루, 미즈·마풀 등을 읽은 것은 그 시리즈가 500원이라는(당시를 보아도 파격적인 가격에 제공됐기 때문이기도 했다. 요즘은 그런 경우가 별로 없지만 당시 식당에는 대부분 집과 직장을 겸하고 돈을 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옆에서 지켜봐야 했다 나에게 책을 사려고 손을 넓히는 것은 어려웠다. 그런데 어머니가 집 주위에서 출판사를 하고 있는 분과 상담하며 지금 출판된 직후의 추리 소설을 읽고 깨끗하게 돌려주면, 대여 방식에서 보듯이 알아 준 것이다. 내가 바다문 출판사의 추리 소설을 용돈을 절약하고 하나 둘 모으고 있음을 알고 있어 알아본 것이었다. 나에게 이 일은 어떤 것이든 마음대로 읽는 도서관이 집 앞에 생긴 것과 같고, 이때 필요한 것은 당연히 목록이었다. 『 세계의 명탐정 50명 』은 그래서 산 것이었다. 그 책에서는 필립의 말로는 필립·말로라고 쓰고 있었다. 여전히 코난·도일과 아가사, 크리스티의 팬이었던 나에게는 관심 밖이다, 하드 보일드계에서는 오히려 마이크·해머와 페이·메이슨의 폭력 성향이 훨씬 마음을 끄는 말이 쉽게 잊혀졌다. 스스로에게 부족한 것을 열망한 사춘기였다 때문이다. 추리 소설(학계에서는 탐정 소설이나 범죄 소설이라고 부르는 게 옳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처음에 각인된 이 명칭에 대한 애정에서 헤어나지 못한)에서 중요한 것은 기발한 플롯이나 이상한 캐릭터이며, 문체나 인물에 대한 공감대 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저와는 전혀 달리 우월한 캐릭터에 마음을 따르며 내가 이런 능력을 가지면 정말 좋겠다”라며 감탄했기 때문이다. 원래 둔감해서 세상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그들과 추리 대결을 펼치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코난·도일의 『 여섯개의 나폴레옹 』을 읽고 있을 때 범인을 대고 의기양양한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다.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유유정 옮김, 문학사상사, 2000.
필립·말로에 다시 접한 것은 아마도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고 나설 것. 『 상실의 시대 』과 번역된 『 노르웨이의 숲 』했다. 인터넷 서점에서 확인하고 보니 발간 해가 2000년이다. 그런데 내 기억은 그것보다 더 낡고, 『 상실의 시대 』이 광고에 쓰인 것도 1999년 걸리버 광고 등 남우이키의 정보도 있으므로 개정판 같다. 해설부턴가 하루키가 좋아하는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를 택했지만 추리 소설 작가가 좋아한다는 말에 의외라 생각했다. 내가 다니던 학교 도서관에 북 하우스에서 번역한 챈들러 전집 6권이 들어왔을 때 쾌재를 부르면서 바로 빌린 것은 물론이다. 박 현주의 번역은 “(인터넷에 찾아보면 비판이 몇개인가 있지만) 나쁘지 않았다. 원문과 비교해서 내린 판단은 아니지만, 간결한 문체로 본래의 느낌을 살린 것이 좋았다. 하루키가 잘 활용하는 유머러스한 과장의 기원이 챈들러부터였던 것도 확인했다. 다만, 문맥이 이상한 부분이 몇개 눈에 띄었다. 두 부분만 예로 들어 보자.
선글라스를 벗고 손목 안쪽을 섬세하게 두드렸다. 85kg이 넘는 남자가 요정처럼 보이려니 힘들었지만 나는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레이먼드 챈들러, 빅 슬립, 박현주 옮김, 북하우스, 2004, 10절 전반)
내 몸도 봤어야 했는데.그녀는 진지하게 말했다.일할 준비를 해 주시겠어요?그녀는 갑자기 날카롭게 웃더니 문 쪽으로 반쯤 돌아 고개를 돌려 냉담하게 말했다.(레이먼드 챈들러 빅슬립 박현주 옮김 북하우스200411절 후반)
처음에 읽을 때는 처음의 인용문”요정처럼 “을 그저 유머러스한 과장 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점차 이상하다고 느꼈다. 필립의 말은 지금 남편이 죽었다는 것을 자기만 아는 서점의 직원들과 말하는 중이다. 그 서점은 수상한 책을 팔고 있다. 말로는 자신이 그런 책을 파는 사람의 행세를 하고 있다. 그런데”요정처럼 ” 보인다는 것은 무엇? 단순히 폭력적이고 황당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노력인가. 뭔가 어울리지 않네. 그런 생각이 싹튼 것이다. 2번째 인용문은 보다 명확한 오역이다. 펄프 픽션의 전형적인 팜 파탈 장면이다. 말로의 의뢰인인 스턴 우드의 두 자매 중 첫째 리간 부인이 찾아와서, 부탁하고 가면서 유혹적인 제스처를 취할 것이다. 2번째 카멘이 상기 인용문의 서점 주인이었던 가이거에 나체 사진을 찍힌 사실을 말하면서 자신의 몸매 역시(마로의 냉철함을 교란시키려고) 알리는 장면이다. 그런데 말의 대답이 엉뚱한. 거절을 바꾼 것은 확실하지만, 일을 부탁하러 온 사람에게 “일을 준비하지”냐고? 궁금한 여 2015년에 블루 프린트의 다른 번역본이 나왔을 때 전자 서적으로 구입했다. 거기에는 이렇게 번역되어 있다. 마음에 할까 생각해서 말하면 처음의 인용문의 번역은 마찬가지다. 그녀는 약간 몸을 보내왔다. “내 몸도 봐야 할텐데”라고 그녀는 진지하게 말했다.”모두 준비할 수 있습니까?”그녀는 갑자기 날카로운 미소를 지으며 문을 절반 정도 나갔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고 차갑게 말했다. “마로 씨는 내가 만난 가운데 최고의 냉혈한입니다. 필립라고 불러도 되죠?”(레이먼드, 챈들러, 『 깊은 잠 』 이 현수 역, 블루 프린트, 2015, 상기 부분)
전자책으로 만들면서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르지만 문단 구분도 다르고 번역도 다르지만 대동소이하다. 이해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이 두 부분에 대한 의문이 풀린 것은 2020년 문학동네에서 새로운 번역이 나온 뒤다. 나는 검은색 선글라스를 벗고 그래서 왼쪽 손목 안쪽을 우아하게 두드렸다. 85kg이 넘는 남자가 페어리 흉내를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레이먼드 챈들러, 빅 슬립, 김진중 옮김, 문학동네, 2020, 10절 전반)
첫번째 부분이다. “페어리”라고 번역되어 있어 주석에는 “남성 동성애자, 혹은 그렇게 보이는 남성을 가리키는 속어”이다. 소설에서 죽은 서점 주인이 이는 동성애자이다. 말로는 동성애자처럼 보이고 동업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원문을 확인해야 보다 정확히 판별할 수 있지만 어휘를 파악하는 노력과 수준은 김· 진 준이 더 좋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소설의 맥락과 일치하는 그 장면이 그저 작가의 개인적 만족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다음 부분의 번역은 이렇다. 그녀는 내게 약간 경사졌다.”내 몸도 보고 좋았을텐데”라고 그녀는 진지하게 말했다.” 볼 수 있습니까?”그녀는 갑자기 폭소를 터뜨려서 문을 나올 때에 얼굴을 돌리고 냉담하게 말했다.”당신 같은 냉혈 동물은 처음 봤어요. 말로. 아니, 필이라고 불러도 되나요?”(레이먼드, 챈들러, 『 빅·슬립 』, 김· 진 준 역, 문학 동네, 2020,11절 후반)
원문도 확인하고 올리고 싶다는 욕망이 있지만 참아야 한다. 영어가 본업이 아닌 데다 이 부분만 봐도 번역 비교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현주의 번역은 쉽게 느낌도 잘 살렸지만 몇가지 부분에 명백한 오역이 있고 다른 2권과 비교해서 단락 구분도 바꿨을 확률이 높다. 가볍게 보면 말 정도는 아니지만(최고의 번역은 아니더라도)더 좋은 번역이 있다는 것은 알아 두기 바란다. 현재까지는 김· 진 준의 번역이(원문과 비교해서 어떨지 모르지만)선본이다. 안타까운 것은 김· 진 준이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 전체를 번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출판사에서 『 오랜 이별 』을 김· 진 준 번역으로 냈지만 장편 기준으로 적어도 4편은(동서 미스터리 북스와 블루 프린터의 가벼운 가격의 판본을 제외하면)박 현주 번역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빅 슬립〉(하워드 혹스, 1946) 험프리 보가트 주연.(출처: ‘다음 영화’)『 빅 슬립 』는 첫 장면에서 필립·말로의 특성을 나타내는 장면을 제시한다. 의뢰를 받고 들어선 스턴 우드 저택에서 나무에 묶인 여성을 구하는 검은 갑옷의 기사를 다룬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을 보는 것이다. 이어지는 구절은 이렇다. “나는 문 앞에 서서 제가 만약 이 집에 살았다면, 멀리 가고 운전자를 도와야 했다고 생각했다. 기사는 진심으로 노력하는 기색조차 없었다”(돈 진준 번역, 8쪽) 많은 경우, 필립의 말로는 “현대의 기사”라고 미화되고 설명될 수도 있으며 이 글에서 필립의 말이 기사가 아니다. 누군가를 구할 자리에 있는 사람, 즉 경찰의 무력함을 자각한 보조적인 차원의 인물이다. 그러므로 말로는 자신이 세상의 정의를 모두 담당하는 사람은 되지 않는 것을 손바닥 정도의 정의에서도 지려면 세상의 모든 것과 싸운다는 것을 각오해야 함을 아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그는 처제의 유혹을 거부하고 결국 죽음에 이른 리간 부인의 남편을, 그 시신마저 구할 능력이 없다. 죽음의 위협 앞에서 자신을 구한 여자에게 다시 만날 수도 없다. 결국 그가 구한 것은 손에 넣고 가치가 없어 보이는 두 여성 뿐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구할 가치가 없는 사람은 없다는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선 일반적으로 추구하는 많은 가치에 대해서 눈을 돌려야 한다 것을 냉소로 구현한 인물이다. 인간의 추악함을 사랑할 수는 없지만 추악함에 의해서 인간을 버릴 수 없는 아이러니에 직면한 현대인의 필독서이다.빅 슬립은 첫 장면에서 필립 말로우의 특성을 보여주는 장면을 제시한다. 의뢰를 받고 들어간 스턴우드 저택에서 나무에 묶인 여성을 구하는 검은 갑옷 기사를 그린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보는 것이다. 이어지는 구절은 이렇다. 나는 문 앞에 서서 만약 내가 이 집에 살았다면 멀리 가서 운전자를 도와야 했다고 생각했다. 기사는 진심으로 노력하는 기색조차 없었다.(김진준 옮김8쪽) 대부분 필립의 말로는 현대 기사로 미화돼 설명되기도 하지만 이 글에서 필립의 말로는 기사가 아니다. 누군가를 구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 즉 경찰의 무력함을 자각한 보조적 차원의 인물인 것이다. 따라서 말로는 자신이 세상의 정의를 다 짊어질 수 없음을, 손바닥만한 정의라도 짊어지려면 세상의 모든 것과 싸울 것을 각오해야 함을 아는 사람이다. 따라서 그는 처제의 유혹을 거부했고 결국 죽음에 이른 리건 부인의 남편을 그 시신조차 구할 능력이 없다. 죽음의 위협 앞에서 자신을 구한 여성을 다시 만날 수도 없다. 결국 그가 구한 것은 손에 넣을 가치가 없어 보이는 두 여성뿐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구할 가치가 없는 사람은 없다는,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추구하는 많은 가치에 대해 눈을 돌려야 함을 냉소로 구현한 인물이다. 인간의 추함을 사랑할 수는 없지만 추함으로 인해 인간을 버릴 수는 없는 아이러니에 직면한 현대인의 필독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