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전절제수술 후기(feat. 신촌세브란스병원 남기현 교수)

신촌세브란스와 함께한 5일간의 동행 갑상선암 투병기-건강의 소중함을 깨달은 날들 동네 큰병원에서 조직검사 후 암 판정을 받은 뒤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병원을 바꿨다. 본인 20대 후반 여성으로서 목을 자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아 로봇수술과 기존 목을 자르는 수술 중 많은 고민을 했지만 확실한 암세포 제거를 위해서는 목을 자르는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며, 그렇다면 적어도 절개로 깨끗이 수술 부위를 자르는 데 초점을 두고 피한 교수가 바로 남기현 교수다. 참고로 중요한 것이 있는데 유명한 교수에게 수술을 받고 싶다면 암 진단 후 바로 수술 날짜를 정하러 달려가야 한다. 왜냐하면 제가 수술을 받고 싶은 사람은 다른 사람도 받고 싶고 그래서 수술을 받기까지 최소 4~5개월은 걸린다는 사실! 나와 같은 경우는 1월에 진단받아 5, 6월쯤 수술 예정이었으나 림프선 전이가 발견돼 3월로 수술 날짜를 앞당긴 경우다. 정신을 차려보니 입원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내가 준비한 준비물은 대체로 이렇다.

수술을 위한 입원 전 준비물 별표 표시 물건은 무조건 챙기도록 하자1. 기본 세면도구(칫솔, 치약, 수건, 클렌징폼, 드라이샴푸, 헤어드라이기 등)2. 삼선슬리퍼3. 목베개★(수술 후 목이 당겨 아파서 제대로 누울 수 없지만 병원베개는 무리다. 본인의 목에 딱 맞는 목베개를 준비할 것) 4.멀티탭과 심심해서 찾는 나를 대비한 스마트폰 충전기, 노트북 충전기, 충전기는 길수록 좋습니다.휴대폰 자바라(침대에 고정시켜 영상을 보면 꿀) 5.보호자를 위한 침구★(신촌세브란스의 경우 별도 보호자 침구가 없었다) 6.물티슈(샤워가 안되는 나를 닦아주는 존재) 7.종이컵, 물, 음료, 간식 등 (간식을 왜 가져가냐고요?세브란스 병원 밥 맛이 없다. 그리고 수술 전날 먹고 싶은 간식을 다 먹어 두세요. 제발 수술이 끝나면 극한의 노미 무지방식이 옵니다)

첫째날(수술 전날) 학부모님과 함께 병원식을 먹고 있어서 간단한 회진을 하고 저녁 이후 금식이 시작되는 컨디션도 매우 좋았습니다.

둘째 날(수술일) 상쾌하게 일어나 병원 침대에 눕히고 수술실로 이동할 때 보호자는 수술 대기실 앞까지는 따라갈 수 있었다. 수술 들어가기 전에 엄마가 눈물을 뚝뚝 흘려서 나도 울 뻔했어.흐흐흐흐 달래미 괜찮아 금방 다녀올게.상쾌하게 누운 채 인사를 마치고 수술대기실 같은 곳에 파킹하시는 마취과 선생님이 오셔서 이것저것 물어보니 마취 시작인 채로 기억이 없다…… 눈을 뜨면 간호사가 나에게 일어나라고 한 꿈같은 기억밖에 없다. 정신없이 다시 병실로 실려간다…☆직후에는 목이 별로 아프지 않았는데 서서히 목이 붓는 느낌이랄까…? 수술 당일 통증은 그리 심하지 않았다.이제 본격적으로 맛없는 무지방과의 전쟁이 시작된다.진짜 진짜 진짜 맛없고 소름돋을 정도로.

3일째~4일째(수술 후) 아침에 일어나 매우 충격을 받았다. 왜 충격받았냐고…? 목이 아파서 침을 삼킬 때마다 괴로워. 나는 유독 붓는 체질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진짜 얼굴이 빵빵 붓고 목도 붓고 대광팬티 오픈☆개인적으로 아파서 울었던 게 7살 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은데 너무 아프고 슬퍼서 아침에 울었어…갑상선암 개객기야 옹언니가 뭐야!!!입에 넣는 병원 음식이 왜 소름끼칠 정도로 맛이 없었냐면 버섯이랑 야채 등을 쪄주는…볶은 것도 정말 최소한으로 볶은 느낌이다. 국물은 소금을 뿌렸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물맛이다. 고기 20%, 채소 80% 정도의 제육볶음이 나오지만 속세의 맛을 기대한다면 그만둬야 한다. 그래도 먹을 수 있는 정도이지 맛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렇게 먹다 보면 차라리 음식을 전폐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럽게 다이어트가 된다. 나아지려면 골고루 잘 먹으라고 하는데 자연 본연의 맛을 추구한다면 그런 맛일까…? 목도 아프고 음식은 맛이 없고… 세브란스병원 탈출이 매우 시급하지만 견뎌야 한다.(+목이 너무 아파서 밥을 씹기 어려우니 미리 죽을 신청하면 흰죽이 나오니 참아!) 아무튼 병원식이 너무 힘들어서 학부모님과 아들에게 무지방식으로 먹을 수 있는 베스트 음식을 골라오라고 부탁했는데 병원 아래 CU에서 파는 꿀고구마를 너무 맛있게 먹었다… 무지방식 중 허락하는 유일한 맛있는 간식, 그것은 꿀고구마…고구마말보다 목넘김도 부드럽고 너무 맛있었다. 아직도 생각날 정도로… 무지방 음식에 대비하고 싶다면 쫀득쫀득 달콤한 호박고구마를 꼭 챙겨줬으면 좋겠다.

머리 같은 건 감을 수가 없어. 그냥 폐인. 피곤해서 엄마 아들이 먹던 과자 하나 강탈해서 하나 뜯어먹는 것 같다. 사실 무지방식 중간에 절대 저렇게 과자를 먹으면 안 돼. 목 통증만 가중시킬 뿐이다.

맛있어서 인증 받은 거 아니야. 삭발해서 찍었구나.

집으로 보내줘~~~~~~~~~~야경은 쓸데없이 예뻤다. 그러게 야경이라도 예뻐야…5일째 (퇴원) 병원비 결제하고 바이바이루~게~ 오전 중퇴원! 기억이 잘 안나는데 퇴원하자마자 불닭볶음면 먹었나봐… 마라탕을 아마 먹었나봐.(따라하지 마세요)

수술금액(중증특례적용)이나 같은 경우 조직검사를 하고 암 진단을 받자마자 대림성모병원 측에서 중증특례환자로 등록했다.여기서 중증특례란? 병원비 급여항목 95%를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것!이다.비급여 항목은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 같은 경우는 바보고 실비보험, 암보험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 병원비를 제가 다 부담해야 했다. 사실 사회초년생인 나에게 무슨 돈이 있겠느냐며 옴파 기회를 썼다. 그래도 병원비가 너무 많이 나올까 봐 교수님께 비급여 항목을 최소화해달라고 간청했던 기억이 난다.(건강보험에서는 급여 항목만 내놓으니까) 그게 반영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사실 의료제공 항목은 전적으로 담당교수님의 재량이기 때문에. 그냥 슬쩍 말씀드린 것이다.전 절제는 200만원 이상 든다~ ‘돈이 많이 든다~’는 각종 댓글을 보고 벌벌 떨며 퇴원했고 병원비가 얼마나 나왔냐고 엄마 아들에게 물어봤다. 어? 근데 133만원 정도 나왔다고 해서 영수증 찾아봤어.

사랑해, 건강보험.당신 없이는 살 수 없으니까. 비록 내가 실비보험도 없고 암보험도 없었지만 일개미로 살아오면서 꾸준히 납부해온 건강보험이 마지막 배수진이 되어준 것이다. 여러분, 건강보험은 언젠가 쓰이실 거예요. 저는 정말 매일 4대 보험 욕을 했지만, 이제 욕은 하지 않습니다.

수술 결과(6개월여 뒤) 사실 전 절제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고 평생 호르몬 약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에 매우 슬펐다. 나는 겨우 29살 아무것도 모르는 개구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근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모든 게 익숙해졌어. 아침에 일어나 영양제를 먹듯 호르몬제 3초 컷으로 먹는 게 관리의 끝이다. 사실상 관리할 것이 특별히 많지 않다. 동위원소 치료 후 그대로 지내다 보니 수술 결과를 들을 검진일이 다가와 물어보러 갔다. 남기현 교수 말로는 뭔가를 검사하고 20수치 정도만 해도 수술이 아주 잘 됐다고 하는데 저는 그보다 더 낮아서 너무 좋았다고 한다. 남기현 교수는 아무래도 근거 있는 자신감을 가진 교수…? 그런 느낌이다. 자부심 뿜뿜 내가 갑상선암 신세대 빵이다. 이런 느낌…? 아무튼 림프선 전이가 발생했는데 다른 장기로 전이 없이 깨끗하게 제거됐다는 게 내 결과! 무야호! 건강이 최고다.

덧붙이지 마라,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이라면 본인의 일이라면 할 말이 있다. 진단만 받아도 너무 스트레스 받고 왜 하필이면 저한테 이런 일이… 하면서 세상이 우울해지고 화가 나지만 정보는 찾아야 하고 정신없이 혼란스럽겠지만 하나하나 단계를 밟고 버텨나가다 보면 금방 일상생활로 돌아가게 된다. 너무 상처받지 말고 이겨냈으면 좋겠다.

+ 동위원소 치료 사실, 수술 후와 수술 결과를 듣기 전에 매우 큰 이벤트가 있다. 보통 전절제 수술을 하고 받는 동위원소 치료로 갑상선암 환자분들에게 악명이 높다. 우연히 어떤 댓글을 본 적이 있어. 수술을 다시 받을지, 동위원소 치료를 다시 받을지 물으면 다시 수술을 받을지라고 말하는 댓글이었다. 나는 수술 직후 목 통증이 심해서 울었던 사람으로서 동위원소 치료가 얼마나 그랬을까. 그랬더니 정말 대단하네. 수술은 이틀 동안 큰 고통이 한꺼번에 몰아치는 기분이었고, 동위원소는 저요오드식 기간과 합쳐 3주간 잔잔하게 고통스럽다는 것이었다. 동위원소편은 나중에 생각나면 쓰도록 해야지… 그 지옥을 기억하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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